[서경이 만난 사람] 이일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전통시장에 ICT 접목… 모바일 POS·쿠폰제 도입할 것"
대형마트에 맞서 '1시장 1특색' 전략으로 경쟁력 강화
맞춤형 창업·경영 교육 통해 폐업 줄이고 새 수익 창출
'서로 돕고 엮어주기' 활성화해 소상공인 네트워크 확대



"전통시장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경기침체로 가라앉은 상인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입니다. 하반기 중에 모바일 판매시점관리시스템(POS)을 설치하고 스마트폰을 통해 쿠폰을 발급하는 등 소비자들이 쇼핑하기 편리한 시장을 만들겠습니다."

24일 대전광역시 보문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상인공단) 집무실에서 만난 이일규(64·사진) 이사장은 올 초 시장경영진흥원과 소상공인진흥원이 통합해 출범한 상인공단이 그동안의 조직 통합과 정비작업을 거쳐 내년부터 2조원 규모의 소상공인지원기금을 집행할 준비를 탄탄히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기금을 통해 전통시장에 ICT와 서비스디자인을 입히고 전통시장의 특색을 살리는 동시에 소비자 편의성을 대폭 높인다는 구상이다. 앞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전통시장 활성화와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내년에 2조원의 재정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서민경제가 회복되려면 무엇보다 전통시장 활성화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소상공인 지원 전선에서 야전 사령관을 맡고 있는 이 이사장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이 이사장은 "소상공인 정책자금 집행을 위한 최종 마무리 준비에 나선 상태"라며 "오는 2017년까지 조성되는 10조원의 기금 운용을 위한 내부조직 손질도 마쳤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특히 이 이사장은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복안으로 '1시장 1특색' 전략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시장상인과 지역주민, 유통전문가, 지방자치단체 등으로 구성된 시장특색개발위원회를 만들 방침이다. 그는 "대형마트와 경쟁을 하려면 상인들 스스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이 함께 필요한 만큼 의지를 가진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ICT 카페를 설치하고 상인들의 역량을 강화해 소비자가 먼저 찾는 장소로 거듭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인공단은 소상공인 육성 업무를 담당하던 소상공인진흥원과 전통시장 활성화 업무를 맡은 시장경영진흥원이 통합해 출범한 소상공인지원 전담기관이다. 상인공단의 초대 이사장으로서 그는 전통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목표로 세웠다. 이 이사장은 '차별화' 콘셉트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전통시장으로 부산 깡통야시장과 공주 산성시장 등을 꼽았다. 부산 깡통야시장은 야시장이라는 개념으로 새로운 볼거리를 창출하고 있다. 공주 산성시장은 '밤'이라는 특산물을 활용해 지역의 역사와 문화, 특산품 등과 연계하며 장보기와 관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전통시장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삼겹살 골목으로 유명한 청주 서문시장을 방문했을 때도 언급됐듯이 상인공단 역시 전통시장의 특색들을 발굴하고 개발해서 홍보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형마트 법적 규제에 대해 "연구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 매출이 18%, 고객 수도 17%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러나 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려면 대형마트가 개정법의 취지에 맞게 골목상권과 자발적으로 상생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이사장은 또 준비되지 않은 창업과 도소매업, 음식 및 숙박업 등 일부 특정 업종에 창업이 집중돼 있는 현실 속에서 자발적인 혁신노력 없이는 소상인들이 살아남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자영업자의 폐업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그는 "창업 전 상품 개발, 서비스 향상 등의 업종별 경영교육을 통해 소상공인 스스로가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을 사전에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상공인은 대형 유통업체에 가격·마케팅·서비스 등 뒤처지는 점이 많기 때문에 상인공단이 나서 창업 전 '맞춤형 창업교육'을, 창업 후에는 '업종별 경영교육'을 통해 소상공인 스스로 혁신을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창업이론, 업종별 기능·실습 연마, 인턴 체험 등 맞춤형 창업교육으로 '준비된 창업과 성공적 창업'을 유도하고 업종별 경영교육을 통해 소상공인의 경영능력 향상과 매출 증대를 돕는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 이사장은 "올해 창업학교(3만2,000명)와 경영학교(17만2,500명)를 거쳐 일반 소상공인에 비해 6.7% 높은 매출 증가효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파악됐다"며 "이외에도 소상공인컨설팅, 신사업 육성지원, 유망 소상공인 프랜차이즈화, 소상공인 협동조합 활성화 등 다양한 지원책을 통해 소상공인 개개인이 맞춤형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지원 방향을 설명했다.

다른 직종보다 폐업 후 재기가 어려워 사회적 안전판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소상공인의 경영 정상화나 안정적인 서민경제의 재건을 위해 꼭 필요한 부문이라고 공감했다. 이 이사장은 "상인공단은 업종 전환과 재기지원 강화를 목표로 저소득 소상공인에 대해 자금까지 연계지원하는 '희망컨설팅' 운영을 통해 영업 방식과 수익성 개선을 유도해나갈 것"이라며 "생계형 업종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업종 전환 희망자에 대해서는 부가가치가 높은 유망업종으로의 전환교육을 통해 소상공인의 재기에 대한 위험 부담과 실패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도록 하겠다"고 역설했다.

다양한 단체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를 반영하는 것 또한 이 이사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워낙 업종별로 단체가 많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예민한 사안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부임 후 간담회나 세미나 형태의 모임과 함께 '소상공인·전통시장 서로 돕고 엮어주기' 행사를 진행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으며 소상공인 간, 소상공인-전통시장 간, 그리고 유관기관 및 기업-소상공인 간 문제를 풀기 위해 이 이사장이 고안했다.

'서로 돕고 엮어주기'는 현재 전국 11개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145여건의 협업 사례가 나오는 등 성과가 커지고 있다. 이 이사장은 "그동안 소상공인, 전통시장 상인, 대·중소기업, 유관기관 관계자 등 총 2,400여명이 참석했다"며 "대전계란물류협동조합이 동네빵집협동조합과 업무협약을 맺어 동네빵집협동조합에 월 3,600개의 계란을 공급해 판로도 개척하고 원자재 구입가격도 절감한 것처럼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임기 중 서로 돕고 엮어주는 운동을 캠페인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 이사장은 "이 운동의 가장 큰 장점은 정부 예산 없이도 자체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정부의 한정된 예산에만 의존하는 지원 방법을 개선할 수 있는 하나의 방책이 될 수 있다"며 "캠페인을 유지·발전시켜 소상공인 간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정보를 생성하고 스스로의 성장 추진력을 높여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아울러 "올 들어 시작한 업종별 단체장 간담회와 전통시장 상인회 간담회를 활성화해 업종별 현안사항과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조율하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 이사장은 "지속된 경기침체, 그리고 세월호 사고의 여파 등으로 인한 내수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마중물 사업을 통해 소상공인과 시장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며 "공단의 비전을 '국민에게 사랑받는 세계 일류의 소상공인, 시장 서비스 기관'으로 정한 만큼 이에 걸맞은 조직으로 성장해나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기존의 두 기관이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지원정책을 각각 주도했듯 해당 분야의 노하우와 전문성을 갖춘 직원들의 조직 개편과 인력 재배치를 바탕으로 우리 공단이 직접 소상공인 융자에서부터 사업 지원까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최대한 기금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He is…


△1950년 순천 △육군사관학교 28기, 고려대 경영대학원(MBA) △1978년 상공부 무역정책과 사무관 △1992년 통상산업부 뉴욕상무관 △2001년 중소기업청 기술지원국장, 창업벤처국장 △2004년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2006년 한국디자인진흥원장 △2009년 한국디자인경영협회 이사장 △2014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초대 이사장



美·기능·경제적 가치 최적화… '디자인융합시장' 구축


■ 李 이사장의 '디자인 경영'
맞춤형 설계·모델 보급…공간·서비스 업그레이드



한국디자인진흥원장 등을 역임한 이일규 이사장은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상황, 특징에 맞게 맞춤형 디자인을 추진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단순한 미적 기준의 디자인이 아닌 전통시장이나 일반 소상공인의 실내외 환경 및 경영 개선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는 것. 그는 "여기서 말하는 디자인이란 디자인 공간과 서비스 디자인 차원에서의 업그레이드를 말하는 것"이라며 "소상공인과 디자인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모든 영역을 넘나드는 융합과 협업을 적극 도입해 창조적인 소상공인·전통시장 지원을 만들어나갈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고객의 관점에서 매력적인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일터 조성에 나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제품·공간·서비스에 있어 미적·기능적·경제적 가치를 최적화하는 디자인 경영의 소상공인·전통시장 지원 분야 도입을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구체적으로 상인공단은 소상공인디자인·디자인경영과정 개설을 통해 100여명의 디자인 관련 강사를 확보하는 동시에 디자인 관련 교과목을 개발 중이다. 또 200개 점포를 대상으로 소상공인 디자인 컨설팅 시범 지원과 전통시장 심사 사전진단도 실시한다. 아울러 △소상공인협동조합 디자인 지원 △성공적인 나들가게 표준모델 개발 △동선 및 공간·서비스에 대한 디자인 경영 등을 통해 발전적인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모습을 갖춰나갈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이 이사장이 전통시장에 디자인을 접목하게 된 계기는 시설·경영현대화 지원으로 전통시장의 고객 편의성은 개선됐지만 소비자의 발길을 잡기 위한 고객 니즈 창출활동은 상대적 미비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는 "문화관광형 시장의 경우 지역의 고유문화, 관광지 등을 활용한 외부요소 융합형 모델은 많으나 시장 내부의 이미지 개발 등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형 전통시장 모델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전통시장에 시장에 접목할 수 있는 전통시장 서비스 디자인 모델을 개발·보급해 고객 만족을 이끌고 전통시장 활성화를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상인공단은 올해 말까지 문화관광형 시장 신규 선정시장 중 시범시장 2곳을 선정하고 디자인 설계와 가이드라인도 만들기로 했다. 이어 내년부터는 시범시장 용역 결과를 토대로 디자인융합시장을 구현하기 위한 정규사업을 추진한다.



대담 =이규진 성장기업부장 sky@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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