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지원·북핵해법 논의?…北 내부 중대상황 관측도

북핵ㆍ권력세습 관측 ‘우세’…창지투 루트 선택 경제난 타개 목적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6일 전격적으로 왜 방중했는지 그 배경과 목적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5월 초 김 위원장이 중국을 공식 방문한 지 채 넉 달도 되지 않아, 방중했다는 점에서 갖가지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이 방북해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중국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는 것은 북한 내부에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일단 김 위원장 방중 목적으로는 ▦북핵 6자회담 재개 논의 ▦천안함 사태 후 대북제재 등으로 인한 경제난 타개 ▦3남 김정은 권력세습 협의 ▦신병 치료 ▦접경지역 투자 유치 및 수해 현장 파악 등이 꼽힌다.

아울러 3남 김정은의 동행 여부도 주목된다. 김정은이 동행했을 경우 그의 실체가 드러날 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북핵ㆍ후계구도, 다목적 깜짝 방문 가능성 커=김 위원장 방중 목적과 관련해 북핵 문제 논의와 3남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 협의가 현실적으로 추론 가능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다.

북핵 문제의 경우 최근 심화되고 있는 경제난과 관련됐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부터 2박 3일간 평양을 방문했던 우다웨이 (武大偉) 중국 한반도사무 특별 대표가 이날 한국을 찾았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이 천안함 국면을 북핵 6자회담 쪽으로 돌리려는 ‘전략적 이벤트’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통일연구센터장은 “후계 문제보다는 6자회담 재개 논의와 연관이 있는 것 같다”고 했으며,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위원은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 6자회담 재개 문제와 관련된 특수한 제안을 하거나 6자회담 구도의 ‘새틀짜기’가 목적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방북 중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했을 경우를 가정하면, 권력승계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중국과 긴급하게 협의해야 할 문제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시각이다. 다음 달 초 조선노동당 대표자회의에서 김정은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선발대도 없고 아무런 사전 징후 없이 방중한 것을 후계구도와 같은 중대한 사안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방중 경로 분석, 경제난 타개 목적일 수도=지난 다섯 차례 방중과 달리 김 위원장 일행은 중국이 동북 3성 경제개발을 위해 북한과 협력해 추진하고 있는 창춘ㆍ지린ㆍ투먼을 잇는 이른바 ‘창지투 선도구’ 개발지역중 하나인 지린시로 향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 위원장이 북한 두만강 유역의 라진항 부두 확장 및 개발과 맞물려 동북 3성의 경제 허브로 부상하고 있는 창지투 개발지역을 선택한 것으로 보아 지난해 화폐개혁 실패 등으로 피폐해진 경제를 재건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 동행 여부, 관심 ‘집중’=김 위원장 후계자로 지목 받고 있는 김정은의 동행 여부에 대해 복수의 외교소식통들과 대북전문가들은 대체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 방중 징후 포착을 확인하면서, “김정은이 동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후계구도 공식화 차원에서 김정은을 데려갔을 것이란 내용이다.

방중을 통해 김정은 후계 승계와 관련, 중국으로부터 동의를 얻을 경우 김정은 중심의 북한 지도체제 변화는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아울러 한반도 정세에도 중대한 변화가 예상된다.

물론 현재의 권력자와 미래의 권력자가 한 열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가 아니고서는 힘들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 또는 김정은 중 한 명만이 일행을 이끌고 국경선을 넘었을 것이란 주장도 없지 않다.





이기주기자 5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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