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주식시장의 최대 화두는 `중국`이다.
이를 반영해 최근 중국관련 뉴스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또 올해 중국경제 전망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논쟁도 많이 소개되고 있다. 논쟁의 주요 쟁점은 중국경제의 침체 가능성에 맞춰지는 듯 하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는 중국경제의 과열 가능성이다. 이는 최근 중국경제가 심상찮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2003년 1~9월 국내총생산(GDP)은 7조9,113억 위앤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로 추산되는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성장이다. 그러나 이런 중국의 경제통계를 그대로 믿을 수 없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사회소비재 소매액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6%, 고정자산투자는 31.4%, 산업생산은 16.5% 증가하는 등 각 부문별 경제지표는 GDP 성장률을 훨씬 초과하는 증가세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 국가의 GDP는 일정기간 동안 가계ㆍ기업ㆍ정부가 최종재에 지출한 금액을 합하는 지출GDP로 측정하지만, 중국 국가통계국의 GDP 산출방법은 주로 일정 기간 동안 총생산과정에서 각각의 생산자(1ㆍ2ㆍ3차 산업)가 만들어낸 부가가치를 모두 합하는 생산GDP에 의존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지출GDP와 생산GDP가 같아야 하지만, 현재 중국의 지출GDP 계산은 국민계정에 관련한 통계 부족으로 산출이 불가능하다. 다만 사회소비재 판매액ㆍ고정자산투자ㆍ무역수지 등의 월별 경제지표를 근거로 판단하면, 2003년 1~9월 지출GDP 성장률은 10%를 크게 뛰어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듯 체감성장률과 실제 발표 성장률의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는 중국 정책당국의 의도적인 성장률 축소 발표 가능성과 국제 표준화되지 못한 중국 통계방식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경제성장률을 축소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것은 최근 중국정부는 사스로 인한 내수경기의 부진 등을 이유로 위앤화의 평가절상 요구를 지속적으로 거부하고 있다는데 근거한다. 더 나아가 새로운 정치 지도부의 출범 이후 추진하는 경기부양책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성장률 통계의 문제를 시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부분 경제학자들의 지적과 같이 성장률 산출방식(통계)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지난해 4월15일 정식으로 GDDS(IMF의 통계방식)에 가입했지만, 국민계정ㆍ금융과 재정 통계ㆍ산업발전 속도 계산방식 등은 여전히 국제 표준화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02년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수지를 보면, 중국자료에 의하면 대미흑자는 430억 달러지만 미국자료에 의하면 대중적자는 1,030억 달러에 이르는 등 통계방법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중국경제의 과열 상황을 입증하는 또 다른 증거는 최근 발표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들 수 있다. 심각한 디플레 위협에 시달리던 중국경제는 최근 들어 강력한 물가상승 압력에 노출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0%로 1997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년 1,000만 명이 넘는 엄청난 농촌인구가 도시에 유입되는 상황에서, 이 정도의 소비자물가 상승은 `충격적`인 수준이다. 이런 물가불안 현상은 중국의 중장기적인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크게 벌어져 있는 도농간 소득격차의 체감지수를 더욱 악화시켜 정치적 불안으로 이어질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더 나아가 중국의 원유 수입액은 1999년에 비해 5배 이상 증가, 전세계 원자재 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다. 만일 중국경제가 빠른 시간 내에 긴축적인 경제정책을 취하지 않는다면, 세계경제는 다시 한번 인플레의 위협에 노출될 것이다. 따라서 올해 중국경제는 침체보다는 과열의 위험이, 경기부양책보다는 경기안정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태로 판단되며 이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홍춘욱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