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이 대규모 대손충당금 확충 및 배드뱅크 설립 등을 통해 은행권의 부실자산을 대거 털어내기로 했다.
루이스 데 귄도스 스페인 재무장관은 11일 발표한 은행 개혁안에서 은행들에 300억유로의 신규 대손충당금을 확충할 것을 지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2곳의 독립적인 회계감사 법인을 지정해 은행들의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를 평가하도록 하고, 은행의 대차대조표에서 부동산 자산을 분리하도록 해 언제든지 매각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은행들이 보유한 부실 부동산 자산을 매입해 관리하는 ‘배드뱅크’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 같은 스페인 정부의 결정은 그동안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가 “은행권 추가 구제는 더이상 없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던 것에서 급선회한 것이다. 은행권의 부실 규모가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없을 만큼 확대된 데다 최근 뱅크런 조짐까지 보이면서 입장을 바꾼 것으로 분석된다.
스페인은 지난 9일에도 스페인 중앙은행이 3위 은행인 방키아에 대한 국유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소라야 사엔즈 데 산타마리아 부총리는 이날 은행 개혁안 승인을 위한 내각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스페인 정부는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은 4년 전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무분별한 부동산 담보대출을 했던 은행권으로 인해 오늘날 경제 위기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최근에는 스페인 정부가 은행권을 구제하기 위해 막대한 공적자금을 퍼부어야 할 것이라는 우려로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스페인 은행들이 보유한 부실 부동산 자산만 1,840억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스페인 정부의 은행 개혁안은 지난 2010년과 2011년, 지난 2월 등에 이은 네번째 조치로, 지난 2월에도 정부는 은행권에 부실 자산에 대한 대손충당금 540억유로를 쌓을 것을 명령한 바 있다. 앞으로 스페인 은행들은 정부의 지시에 맞춰 이달 말까지 부실 부동산 자산 처분 계획을 중앙은행에 제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