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청둥오리·고니…수천마리 화려한 비상탁 트인 하늘, 수천 마리의 새가 허공을 박차고 치솟아 군무를 펼친다. 더불어 세상 잡사에 찌든 마음도 날개를 단다. 겨울철 탐조여행은 억눌린 정신에 자유를 되살려 준다.
탐조여행의 계절이 찾아왔다. 내달초부터 내년 3월까지는 해마다 우리나라를 찾는 겨울 철새를 맞는 시기.
열대와 한대의 건널목인 한반도는 세계적으로 드물게 많은 철새가 머물거나 지나가는 곳이다. 이 기간 우리나라를 찾는 겨울 철새는 희귀조인 두루미를 비롯해 청둥오리ㆍ고니 등 120여종에 500여만 마리이다.
탐조여행은 자녀교육에 유익하고, 겨울철 가족여행으로도 안성맞춤. 국내 탐조여행의 명소들을 소개한다.
◇서산 천수만
충남 서산군과 홍성군 사이의 8㎞를 둑으로 막으면서 드넓은 논과 습지가 생겨 철새에게는 천혜의 보금자리를 되었다.
기러기ㆍ청둥오리ㆍ흰뺨검둥오리ㆍ 바다오리ㆍ논병아리류 등을 주로 볼 수 있다. 특히 오리 중에서 가장 작고 아름답다는 가창오리가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벌이는 군무가 일품이다.
서산 천수만은 조류 사진을 찍는데 최적의 장소로 꼽히는 곳. 넓고 인적이 없는 농로에서 사방을 돌아보며 새들의 생활을 속속들이 살펴볼 수 있다.
◇철원 비무장지대
155마일 비무장지대에서 가장 넓은 철원평야는 벼농사를 짓는 곳이기 때문에 떨어진 이삭을 먹기 위해 철새들이 많이 찾는다.
토교저수지등 인근의 담수도 새들에게 훌륭한 서식환경을 제공한다. 소란스럽게 하늘을 떠다니는 기러기가 철원평야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철새이다.
기러기는 경계심이 많기 때문에 사람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이곳이 최적이다. 천연기념물 제202호인 두루미도 이 곳에서 관찰할 수 있는 철새이다.
◇낙동강하구 을숙도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큰 철새 도래지. 낙동강의 퇴적물이 한데 모여 새들의 먹이가 풍부한 곳이다.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이 곳의 새들은 99%가 물새류.
오리ㆍ도요새ㆍ물떼새ㆍ가마우지ㆍ백로류등이 주종이고, 흰꼬리수리 등도 간혹 눈에 띈다.
◇창원 주남저수지
경남 창원시 동면에 조성된 100만평 규모의 인공저수지. 마산ㆍ 창원ㆍ진해시 일대의 농ㆍ공업용수를 위해 만들어졌는데 80년대 후반부터 새로운 철새도래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을숙도의 환경이 악화하면서 많은 철새들이 주거지를 이곳으로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종류는 큰기러기와 쇠기러기이다.
◇금강하구
서천군 마서면 도삼리 금강하구는 90년부터 해마다 1만여 마리의 철새가 날아오다가 95년에는 무려 2만여 마리의 철새가 날아와 손꼽히는 철새도래지로 자리잡게 됐다.
이 곳에 날아와 겨울을 나는 철새는 청둥오리ㆍ혹부리오리ㆍ가창오리ㆍ기러기ㆍ재갈매기ㆍ검은머리갈매기 등이 주류를 이룬다. 특히 검은머리갈매기는 세계적으로 3,000마리 미만이 남은 것으로 알려진 희귀조이다.
◇순천만 갈대밭
국제보호조류 겸 천연기념물 228호인 흑두루미 등 140여종이 이곳 수백만평의 갈대밭 일대에서 겨울을 난다.
또 호주에서 시베리아로 이동하는 도요새들의 중간기착지로도 알려졌으며, 검은머리갈매기ㆍ청둥오리ㆍ쇠오리ㆍ혹부리오리ㆍ저어새ㆍ큰고니ㆍ장다리물떼새 등도 서식한다.
■ 여행시 주의점
멀리서 새의 움직임을 관찰해야 하므로 망원경은 필수품이다. 관찰 결과를 기록해 둘 노트와 카메라, 비디오 등도 필요하다.
새의 이름도 미리 알아두고, 귀찮더라도 조류도감을 챙겨 가면 좋겠다. 또한 주로 어두운 새벽이나 한겨울에 탐조활동을 하게 되므로 방한복과 방한화, 장갑 및 두툼한 양말 등을 준비하고, 늪 지대에서는 방한 장화를 신어야 한다.
따끈한 물이나 차를 보온병에 담아가면 몸 녹이는데 요긴하고, 옥수수ㆍ밀 같은 철새들의 먹이를 가져가도 좋다. 하지 말아야 할 일도 많다.
우선 붉은색 계통의 옷은 절대 입어서는 안된다. 새들은 경계심이 강하기 때문이다. 후각이 예민한 새가 있으므로 여성들은 짙은 화장이나 강한 향수 등을 피하는 게 좋다. 마찬가지 이유로 담배를 피우거나 소란을 피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사진설명>창공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철새들의 군무를 보노라면 마음도 자유를 얻는다. 사진은 서산 천수만.
문성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