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중국경제] `위안화 절하설' 모락모락

중국 대륙의 위안화 절하 여부가 올해 아시아 경제회복의 최대 관건으로 부각되고 있다.이미 연초부터 아시아 금융시장은 위안화 절하설로 홍콩 등 주변국의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요동치는 등 불안정한 양상을 면치 못했다. 위안화 절하가 갖고 있는 메가톤급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셈이다. 최근 위안화 절하설은 중국의 관영 영자지인 차이나 데일리가 지난 24일자로 『위안화 절하가 그리 나쁘지 않다』는 기사를 보도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신문은 통상 중국정부의 정책과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정부가 서둘러 파문을 차단하고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이 진화에 나서면서 절하설은 금새 수그러 들었지만 언제든지 재연될 불씨를 안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위안화 절하설의 재등장= 위안화 절하설은 브라질의 환율체제 변동과 중국의 금융시장 불안을 양대 요인으로 삼아 또다시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광둥 국제투자신탁공사의 파문으로 확산되고 있는 금융시스템 마비현상은 심각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10월 광둥국제투자신탁공사를 폐쇄 조치한 이후 대부분의 금융기관들과 국영기업들도 비슷한 처지에 몰려있다. 외국은행들은 중국 기업들에 대한 대출을 아예 동결해버린 상태이며 전체 은행대출의 25% 정도가 부실채권인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대외수출이 거의 정체상태에 머물러 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중국 경제를 강력히 지탱해온 수출이 주변국의 통화가치 절하로 위축되면서 실업문제 등 사회적 혼란을 심화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정부의 입장과 전망= 위안화 절하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최소한 금년중엔 위안화 절하를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애기다. 주룽지 총리는 지난 25일 위안화 안정정책을 밀고나갈 방침이라고 다짐했으며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 위안화 절하는 어차피 중국 당국의 정치적 판단에 달려 있다. 이런 측면에서 올해가 건국 50주년과 천안문 사태 10년을 맞게 됐다는 역사적인 의미를 무시할 수 없다. 대외적인 명분을 중시하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 아시아 경제에 치명타를 안겨줄 평가절하를 쉽게 단행하기 힘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아직까지 수출 촉진을 위해 평가절하에 기대지 않고 세제 혜택 등 다른 조치를 동원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기업들도 아직은 버틸만 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국 최대의 조선업체인 광조우 조선의 경우 위안화가 달러당 7.9엔까지 떨어지더라도 수익을 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제금융계에선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절하하더라도 그 시점을 최대한 늦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고 위안화 절하가 주변국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할 시점을 선택할 것이라는 얘기다. 【정상범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