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도 않은 주식을 산 것처럼 꾸며 허위로 공시한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서울증권 주요주주인 장세헌 제일진흥 회장의 특수관계인인 장원익 씨는 지난해 중순 SK증권의 Y씨에게 자금을 맡기고 서울증권 지분을 사도록 했지만 Y씨는 주식을 사지 않고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공시에는 장원익 씨가 서울증권 지분 156만4,500주를 장내에서 매수한 것으로 나와 있었다. SK증권은 “서울증권 지분 4.7%를 보유한 장 회장측이 0.3%를 추가로 사서 공시를 해달라고 했지만 주식을 사지 않고 공시를 했다”고 털어놨다. 이번 허위공시는 시장 투명성을 높이고 기업 인수ㆍ합병(M&A) 방어를 위해 도입된 5%룰이 오히려 M&A에 역이용 당했다는 면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당시 서울증권은 한주흥산과 유진기업 간의 경영권 분쟁이 있었으며 장 회장측은 주요 변수로 작용했었다. 또 5%룰을 신고할 때는 매매내역을 첨부해야 하는데 감독 당국은 이를 사후에 적발하지 못했다. 장 회장은 이어 Y씨가 또 다른 특수관계인인 박명희 씨의 돈으로 선물ㆍ옵션을 거래해 100억원 대의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으나 SK증권은 이에 대해 “선물ㆍ옵션 거래는 장원익 씨의 일임 매매를 받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SK증권은 최근 국민은행으로의 피인수합병설이 부각되면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민은행 관계자들이 회계법인과 함께 SK증권의 최대주주인 SK네트웍스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말 전 직원을 대상으로 퇴직금 중간정산을 실시한 것도 매각협상을 순조롭게 하기 위한 포석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