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회장과 은행장의 권한을 구분해 각자의 역할을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지주회장이 은행장 위에 군림하는 옥상옥, 혹은 거수기 논란 등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다.
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사외이사 독립성, 주주권리 행사 방안 등을 논의했다.
금융지주회사 제도에 대해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은행ㆍ보험ㆍ증권ㆍ카드 등 각 업권의 위험을 전이시키지 않기 위해 만든 금융지주회사 제도가 원래의 취지를 벗어나고 있다"면서 "은행의 비중이 커지면서 은행장의 권한이 커진 곳은 은행장 위에 지주회장이 별다른 역할을 못하는 거수기가 됐고 반대로 지주회장이 부행장 인사까지 좌우하는 옥상옥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금융지주회사 회장과 은행장의 역할을 명시해 공개하고 외부의 견제를 받게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지주회장은 대주주로서 큰 틀의 의견만 제시하고 일상적인 경영과 인사에 대한 권한은 은행장에게 일임하는 것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지주회장의 인사 개입 등 암암리에 벌어지는 일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겠지만 지주회장과 은행장의 권한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면 시장에서 각 지주회사를 평가하면서 자연스럽게 개선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금융위는 이를 통해 지주회사 일색인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도 변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간부회의에서 "금융지주회사는 시너지와 리스크 전이 방지 등 장점이 있기는 하나 모두가 지주회사로 몰려가는 쏠림 현상을 금융 당국이 유도한 적은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현상으로 특화ㆍ틈새시장의 모델은 사라지고 모두 다 지주회사 모델로 가게 되면서 부작용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지주회사 이외의 모델로 갈 수 있도록 다양한 유인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사외이사 제도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사외이사 제도는 막대한 연봉과 특혜를 받는 사외이사가 과도한 권한을 행사하는 반면 경영진의 잘못을 견제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지 오래다.
TF에 참여한 한 인사는 "금융지주회사나 사외이사는 선진국에서도 제도보다는 관행의 문제인데 우리는 경영진의 관행에 문제가 많다 보니 단순히 관행을 바꾸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면서 "제도의 변화를 포함해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