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넷 인수를 둘러싼 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의 신경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두 업체는 아직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고용보장’이라는 선심성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세우는가 하면 경쟁사 깎아내리기도 서슴지 않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데이콤은 1일 “데이콤은 두루넷과 사업분야가 상호 보완적이어서 진정한 의미의 완전 고용보장을 이뤄낼 수 있다”며 “반면 경쟁사(하나로텔레콤)는 두루넷과 사업이 중복돼 인력활용 측면에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데이콤은 이와 함께 두루넷을 인수할 경우 기존 초고속인터넷 사업인 ‘보라홈넷’을 두루넷으로 이관해 두루넷의 초고속인터넷 사업역량 강화를 지원하겠다는 구체적인 사업방안까지 밝혔다
데이콤의 이 같은 방안은 먼저 ‘고용승계’ 보장을 선언한 하나로텔레콤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하나로텔레콤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두루넷을 인수할 경우 기존 직원들의 고용을 완전 승계하겠다”는 ‘사전공약’을 발표한바 있다.
하나로텔레콤은 또 “지난해 외자유치 당시 이미 두루넷 인수를 위한 자금까지 확보한 상태”라며 “부채규모가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데이콤이 시기적으로 촉박한 상황에서 어떻게 외자유치를 이뤄낼 수 있겠느냐”며 자사의 비교우위를 주장했다.
하지만 양사의 이 같은 사전 경쟁에 대해 업계는 인수전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지나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작 인수 여부를 결정할 ‘가격’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이 상대방에 대한 비난만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두 회사는 두루넷 인수 가격에 대해 “4,000억원 안팎이 되지 않겠느냐“며 ”적절한 가격을 제시하겠다“는 원칙론만 되풀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 업체가 두루넷을 인수하는가는 결국 ‘가격’이 결정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인수의향서도 내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업체에 대한 비난에만 열을 올리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