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박스 '함박웃음'… CJ' 태풍'으로 막판 뒤집기

올해 영화·투자·배급사별 흥행성적 결산
롯데 등 중견사는 계속 부진 "내년에 다시 도전"
배급시장 진출 MK픽처스 등 큰손 부상여부 관심

쇼박스 '가문의 위기'

쇼박스 '웰컴 투 동막골'

CJ 엔터테이먼트 '친절한 금자씨'

CJ 엔터테이먼트 '태풍'


쇼박스의 대약진. CJ엔터테인먼트의 정중동. 주요 중견 투자ㆍ배급사의 계속되는 부진. 올 한해 한국 영화산업을 좌지우지하는 국내 주요 영화 투자ㆍ배급사의 성적표다. ‘그 때 그 사람들’ ‘남극일기’ 등 상반기 주요 화제작들의 잇따른 흥행 실패로 침체기를 겪었던 충무로는 하반기 ‘친절한 금자씨’를 시작으로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지난 해처럼 1,000만 ‘초대박’ 영화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하반기 들어 잇따라 300만명 이상 관객 동원 작품이 대거 등장하면서 우리 영화의 저력을 실감할 수 있었던 한 해였다. 투자ㆍ배급사별 성적표로 보면 대기업 계열 독과점 체제가 더욱 확고해지며 충무로 토착 배급사들은 붕괴 직전까지 몰렸다. “극장을 가진 자가 영화판을 지배한다”라는 공식이 그대로 맞아 떨어진 한 해였다. ▦쇼박스 “올해만 같아라”=올 한해 한국영화시장에서 가장 크게 웃은 회사는 역시 쇼박스. 지난해 ‘태극기 휘날리며’로 한국영화 산업사를 다시 쓴 쇼박스는 올해 박스오피스 랭킹 1~3위 자리를 모두 휩쓸었다. 특히 ‘태극기…’와는 달리 올해 이 자리를 차지한 영화들이 애초 기획단계에서는 흥행이 점쳐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격적인 기획력과 탄탄한 배급력으로 대표되는 ‘쇼박스’ 브랜드가 더욱 돋보이는 한 해였다. 올해 800만 관객을 동원한 ‘웰컴 투 동막골’이나 ‘말아톤’(518만명)은 크랭크인 전, 기획 단계에서 투자자가 나서지 않아 영화화 자체가 불가능할뻔 했던 작품들이다. ‘가문의 위기’ 역시 개봉 당시 ‘싸구려 저질’이라는 저주에 가까운 비난과 ‘속편은 전편 성공을 넘을 수 없다’라는 충무로의 속설을 가볍게 비웃으며 올 흥행랭킹 2위에 오르는 위력을 뽐냈다. ▦CJ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멀티플렉스 CGV를 등에 업은 한국영화계 1인자’란 화려한 수식어는 적어도 올해 흥행 성적만을 놓고 볼 때는 그리 어울리지 않았다. 쇼박스가 전국 500만 관객 영화 세 편을 터뜨리는 동안, CJ엔터테인먼트는 ‘친절한 금자씨’의 375만명에 만족해야 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마파도’(310만명)의 흥행 성적에 함박웃음을 지었고, 가을 로맨스 ‘너는 내 운명’(308만명)의 성공 역시 CJ로서는 기대를 뛰어넘는 성적이었다. 1년 농사가 조금 부진했다고 CJ의 저력을 폄훼하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 여전히 CJ는 한국 영화계의 최대의 큰 손. 14일 개봉할 ‘태풍’은 올 한해의 부진을 한 방에 메울 수 있는 초특급 블록버스터다. 이미경 부회장의 진두지휘하에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해외시장 개척 역시 CJ가 아니면 엄두를 낼 수 없는 일. 업계 1위로서 CJ의 몫은 ‘초특급 대박’ 만들기가 아닌, ‘꾸준히 300만 영화 만들기’에 있다. ▦롯데 “이제부터 시작이다”=지난 수 년간 충무로에 눈독을 들이던 롯데는 드디어 올해 배급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었다.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하반기 롯데가 공들였던 ‘미스터 소크라테스’ ‘나의 결혼원정기’ ‘새드 무비’ 등은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설 롯데는 아니다. ‘홀리데이’ ‘백만장자의 첫사랑’ ‘다세포 소녀’ 등 예정된 내년 라인업은 롯데의 영화사업 진출 성공여부를 알려줄 ‘제2의 시험대’이다. 과거 시네마서비스로 대표되던 토착 충무로 배급사들은 올해 지리멸렬하기까지 한 모습을 보여줬다. 시네마서비스는 CJ 밑으로 들어갔고 청어람, 코리아픽처스 역시 변변한 흥행작 하나 내세우지 못했다. 쇼이스트가 문근영, 배용준, 최민식 등 특급 스타들을 앞세운 작품들을 선보였으나 하나같이 흥행성적은 그리 좋지 못했다. 다만 MK픽처스, 싸이더스FNH 등 대형 제작사들이 잇따라 배급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충무로의 새로운 큰 손으로 떠오를 수 있을지가 관심사. ‘충무로 르네상스’를 둘러싼 대기업 자본과 충무로 자본의 혈투는 2006년 본격적인 제2라운드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