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로 5년 임기를 끝내는 로마노 프로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홀가분하게 떠날 준비를 못하고 주춤 거리고 있다.
27일 열리는 유럽의회의 차기 EU 집행부 인준 표결에서 호세 마누엘 바로수 차기 위원장이 이끄는 집행부가 인준을 받지 못해 다음달 1일 집행부가 정식 교체되지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 담당 집행위원 내정자 로코 부티글리오네의 성(性) 차별 발언으로 초래된 이번 사태는 다수 의원의 부티글리오네 제외 요구를 바로수 차기 위원장측이 수용하지 않아 표결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예측할 수 없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프로디 위원장은 차기 집행부가 가결되면 즉시 떠나겠지만 부결될 경우에는 브뤼셀 EU 본부에 남아 있으면서 집행부 공백 사태에 대처해야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프로디 위원장은 25일 부결 사태가 발생한다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남아 있을것이라며 "비상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업무 연장이 필요하다면 피하지 않겠다"고말했다.
프로디 위원장은 그러나 "집행부는 이미 거의 비어있는 상태이고 모두가 새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있다"며 기존 집행부가 '파장 분위기'임을 인정했다.
유럽의회의 호세 마누엘 누네스 대변인도 인준이 부결되면 새 집행부가 출범할때까지 프로디 위원장의 집행부가 사무실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누네스 대변인은 지금과 같은 예외적인 상황을 고려해 인준 표결이 28일로 하루 연기될 가능성도 있지만 이번 주 안에는 실시된다고 덧붙였다.
바로수 차기 위원장 본인은 이미 의회 인준을 받은 상태지만 부티글리오네가 의회에서 거부되면 EU 규정상 차기 집행위원진 24명 전체가 좌초하게 돼 기존 집행부가 임시 관리 위원회 형태로 존속되는 가운데 바로수 위원장이 다시 팀을 짜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파리=연합뉴스) 이성섭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