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허접한 북한 무인기, 더 허접한 대응


한마디로 허접하다. 일주일 간격을 두고 파주와 백령도에 떨어진 무인기는 일단 작다. 우리 군이 사용하는 국산 송골매나 이스라엘제 서처 군단급 무인정찰기에 비해 길이가 절반에서 3분의1 정도다. 장시간 비행은 물론 무거운 장비나 폭약을 적재하기 어려운 구조다. 초소형 무인정찰기에도 장착되는 항공광학장비마저 보이지 않는다. 오죽하면 미국 NBC가 '골동품·모형기'라고 조롱했을까.

문제는 정체불명의 무인기에 대한 우리의 대응에 있다. 군은 무인기가 추락한 뒤에야 존재를 알았다. 안보에 큰 구멍이 뚫려 있었던 셈이다. 파주에 추락한 무인기의 캐논 카메라에 찍힌 청와대가 어떤 지역인가. 발칸포와 국내에 몇 대 없는 오리콘포, 대공미사일 등 대공화망이 이중 삼중으로 구성된 청와대 상공이 싸구려 무인기에 유린당했다니 기가 막힌다. 백령도 역시 마찬가지다. 북한의 예고된 해상포격에 대비해 모든 감지수단이 민감하게 작동하던 날 무인기에 의해 백령도의 하늘이 뚫렸다. 수백억원짜리 대포병레이더는 뭘 하고 있었나.

정부의 사후 대응은 더 허접하다. 파주 추락 무인기의 대공용의점에 대한 언론의 문제제기를 군은 깔아뭉갰다. '내비게이션 지도 제작용 또는 동호회가 날린 것'이라고 얼버무렸다. 물체를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흐릿하다던 사진은 일주일 만에 '위성보다 훨씬 자세한 수준'으로 바뀌었다. 사진이 둔갑술이라도 쓴다는 말인가. 해상도에 대한 청와대와 국방부의 설명도 다르다.

국민들이 의문의 무인기를 불안하게 여겨도 침묵으로 일관하던 국방부는 2일 오후에야 비공식 설명회를 가졌지만 핵심 질문에 대해서는 '모른다'며 비켜갔다. 진실 규명에는 미온적인 군이 신장비 구입에는 촉각을 세우고 있다. 출력이 강한 저고도레이더망 도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갈팡질팡하고 예산 쓰는 데만 골몰하는 정부의 대응은 불필요한 의혹을 낳고 있다.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는 누리꾼이 적지 않다. 심지어 조작설까지 나왔다. 보안이 아무리 중요한들 안보상황에 관한 의구심까지 야기할 정도로 중요할까. 정부는 언제까지 미적거리며 의혹을 양산할 셈인가.

/권홍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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