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초대졸자 박덕채 할머니, 학사모 쓴 89세 여대생 "더 배워야죠"

어린 학생들에 뒤처지지 않으려 더 많은 시간·노력 들여 공부
부산여대 사회복지재활과 졸업… 동명대 편입…" 배움 이어갈 것"

/=연합뉴스

"아직 배울 게 너무 많아요."

올해 89세로 전국 최고령 대학 졸업생이 된 부산여대 사회복지재활과 박덕채(사진) 할머니는 배움의 열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13일 부산진구 양정동 부산여대 졸업식장에서 박 할머니는 "배움이 너무 행복했다"며 "도전하고 배우는 삶을 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회색 코트에 빨간색 스카프를 멋스럽게 두른 박 할머니는 '젊고 쾌활한 여대생'이었다.

박 할머니가 검은색 학사복을 입고 학사모를 쓰고 나오자 '손녀뻘 동기'들은 "축하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교수들과 학교 관계자들도 박 할머니에게 "2년 동안 고생 많으셨다. 성실한 모습이 젊은 학생들에게 본보기가 됐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박 할머니도 "배울 게 너무 많았고 신나고 즐겁게 공부했다"며 화답했다.

박 할머니가 늦깎이 대학생이 된 것은 지난 2013년이다.

어릴 때 다하지 못한 공부에 미련이 남아 예순을 넘겨 공부를 시작해 그해 부산골프고등학교 만학도반을 졸업했다.

그는 내친김에 대학 진학까지 결심했다. 일본 와세다대에서 유학하던 아버지와 함께 10대 때까지 일본에서 산 박 할머니에게 가족과 지인들은 일본 관련 학과를 전공하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박 할머니는 사회복지재활과를 택했다.

남은 인생을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서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박 할머니는 감기를 심하게 앓은 날을 제외하고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강의를 들었다. 교수들도 박 할머니의 나이를 걱정해 배려하려 했다. 하지만 박 할머니는 '젊은 학생들과 똑같이 취급해달라'며 교수들의 배려를 정중히 거절했다. 조별 과제와 리포트를 꼬박꼬박 제출했으며 성적도 우수했다. 박 할머니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집중도가 떨어져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책을 읽고 공부했다"고 말했다. 박 할머니는 동명대 사회복지 연계전공 과정에 3학년으로 편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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