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살가두 방한, "사진은 번역 필요없는 강력한 예술언어"

'이민자들' 등 사회문제 주로 다뤄 "세상을 바꾸는 사진가" 명성 얻어
내년 1월 중순 '창세기' 사진전… 브라질 열대우림 훼손 등 경고


"사진은 역사가 일이백 년밖에 되지 않는 소통도구지만 매우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번역이 필요 없고 해석이 필요 없는 예술작품으로 전 세계 어디서나 읽을 수 있는 힘 있는 언어입니다. 사진은 내게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또 다른 세상입니다."

이 시대 최고의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세바스치앙 살가두(사진)가 15일 한국을 처음으로 찾았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그는 "사진작가 된다는 것은 굉장한 특권"이라고 강조하며 "나는 사진작가로서 130개국 이상을 다니며 지구의 현실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고 그 작업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찰나를 담는 그 작업을 통해 우리 인류가 처한 현실을 바라볼 수 있었고 지구가 걸어온 역사를 일면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사진의 힘"이라고 덧붙였다.

브라질 출신의 사진작가는 경제학 박사를 수료하고 세계은행 산하 국제커피기구에서 근무하던 중 접하게 된 카메라에 빠르게 빠져들었고 곧 사진작가로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남미 노동자들의 삶을 담은 '또 다른 미국인들(Other Americans)', 아프리카 사헬지구에 만연한 극심한 빈곤과 기아를 그려낸 '사헬, 고난 속의 사람들(Sahel, Man in Distress)', 세계 전역의 노동자들과 난민 이슈를 다룬 '노동자들(The Workers)' '이민자들(Migration)' 등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사회문제를 주로 다뤘다. 그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강렬한 흑백의 이미지를 통해 인류가 겪고 있는 고통을 세계에 알려왔고 이 작업들은 그에게 '사진으로 세상을 바꾸는 사진가'라는 명성을 선사했다.

살가두는 그의 최신 프로젝트 '제네시스(GENESIS)'가 내년 1월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전시되는 것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했다. 이 작품은 2년의 준비, 8년의 촬영, 2년의 후반작업 등 총 12년의 시간을 들여 완성됐다. 현대 문명사회와 닿지 않은 지구의 자연을 담아내고자 했으며 원시 상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뜻에서 프로젝트의 이름을 '창세기'로 지었다.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면서도 묵직하다. "다행히 지구의 46%는 창세기 때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훼손은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가면 우리 인류도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어요. 사진전을 보고 나서 한 가지 생각을 하게 되기 바랍니다. 우리가 이 지구를 함께 지켜야 할 것이라는 생각 말이죠."

인류가 직면한 사회문제에 천착하던 작가가 자연의 보존이라는 명제로 눈을 돌리게 된 계기는 그의 고향 브라질에서 시작한 '인스티튜트 테라'라는 환경 프로젝트의 영향이 컸다. 브라질의 열대 우림이 훼손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살가두 부부는 브라질에 소유하고 있던 광활한 대지에 200만그루의 나무들을 심기 시작했다. "나무를 심음으로써 자연과 가까워졌고 그 계기로 지구에 살고 있는 많은 동물과 식물들을 찍게 됐다. 제네시스 프로젝트는 '내가 지구에 보내는 연애편지'라고 할 수 있다"고 그는 이어 말했다. "인류는 지구와 함께 살아왔습니다. 지구와 인류라는 종이 가지는 관계, 이 관계를 통찰력을 가지고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전을 통해 경이로운 자연을 발견하고 자연에 대한 인류의 책임과 경고를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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