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계대출억제 입체작전 돌입가계부실 억제 '7월 大亂설' 조기 차단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 등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한 고강도 대책을 쏟아내며 다시 '칼날'을 곧추세우고 있다.
올들어 지난 4월 말까지 가계대출은 정부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24조7,000억원이나 더 늘어났다. 당국은 이같이 급증하는 가계대출을 그대로 둘 경우 통화증발에 따른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국경기 회복세가 분명하지 않고 우리 수출이 다시 지지부진해져 국내경제의 회복속도가 더뎌질 경우 가계부실로 연결될 것을 경계하고 있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하자마자 총액한도대출을 무기로 가계대출을 늘리는 은행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한 것이나 14일 은행장들을 불러 가계대출 및 신용카드대출의 빠른 증가세를 경고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그러나 당국의 이 같은 억제대책이 자칫 잘못될 경우 어렵사리 이룩한 경제회복 기조에 되레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그동안 부동산가격 상승 등으로 개인들은 은행돈을 빌려 아파트 청약을 하거나 주택을 마련했는데 금리인상과 경기둔화가 맞물릴 경우 소비위축→산업생산 둔화→고용불안의 악순환이 다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 가계대출ㆍ연체율ㆍ신용불량 동반 상승
올들어 금융당국이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남발에 대해 꾸준히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은 올들어 4월까지 가계대출을 25조원 가까이나 늘렸다.
지난달 증가세(6조9,000억원)가 다소 감소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1~2월의 가계대출 증가규모보다도 높았다. 이처럼 대출규모가 늘면서 연체율도 같이 뛰어 지난달 말에는 1.55%로 전월보다 0.2%포인트가 올랐다. 지난해 말에 비해서는 0.5%포인트나 높아졌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97년 부실기업에 대한 대출로 은행, 나아가 국가경제 전체가 위기에 몰렸던 것과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금융회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 가계대출의 급증을 막는 방법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금융당국 가계대출 억제 '합동작전'
'말로는 안되겠다'고 판단한 금융당국이 결국 양동작전에 들어갔다. 금감원은 가계대출에 대한 관리가 소홀한 은행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개선계획을 마련해 이행하도록 강력히 지도하기로 했다.
금감원과 재정경제부는 이달부터 오는 7월 초에 걸쳐 ▲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강화 ▲ 가계대출 대손충당금 최저 적립비율의 추가적인 상향 조정 ▲ 주택금융신용보증의 부분보증제 ▲ 카드사 현금대출 업무 비중의 단계적 축소 등의 대책을 본격 시행한다.
한은 역시 총액한도대출을 활용해 가계대출에 제동을 걸 방침이다.
권오규 재경부 차관보는 "가계대출 및 신용카드의 부실로 인한 7월 대란설은 아직까지 걱정할 것은 못 된다"며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추가적인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경계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 소비둔화로 회복경제에 부담줄 수도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경기가 다소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지나치게 가계대출 억제에 주력할 경우 소비위축으로 이어져 어렵사리 살아나고 있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특히 그동안 빠른 속도로 치솟아 왔던 소비심리가 미국경기 회복둔화 등 대내외적 요인으로 인해 꺾이기 시작했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수출과 투자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마저 지나치게 움츠러들면 경기회복에 큰 부담이 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부동산 값과 주가상승 등 역시 그동안 금융회사들의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났던 것과 관계가 깊다"며 "은행권이 건전한 소비를 유도하는 차원을 넘어 급작스럽게 대출을 억제할 경우 '거품'이 아닌 부문에까지 큰 후유증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우기자
이연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