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은 섬유산업 재도약 발판" 여성복 연간 40만벌 생산 내수공급기지 활용 "3년후 "씨'브랜드로 中서 500억 매출"…"패션선진국서 글로벌 인재 확보" 미래대비
입력 2004.07.20 18:48:30수정
2004.07.20 18:48:30
[CEO와 차한잔] 박성철 신원 회장
"개성공단은 섬유산업 재도약 발판" 여성복 연간 40만벌 생산 내수공급기지 활용"3년후 "씨'브랜드로 中서 500억 매출"…"패션선진국서 글로벌 인재 확보" 미래대비
“개성공단은 신원뿐 아니라 한국 섬유산업이 재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입니다.”
대기업 가운데 드물게 개성공단 입주업체로 선정된 신원의 박성철 회장(한국섬유산업연합회 회장)은 “개성공단의 지리적 이점과 북측의 낮은 임금ㆍ무관세 등의 혜택을 활용해 개성공단이 내수시장의 공급기지로 자리매김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또 “올 연말까지 공장을 완공해 개성산 ‘메이드인코리아’ 제품을 남쪽의 소비자들이 늦어도 내년 초부터는 입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에서 공장을 운영할 때 품질과 생산성 향상의 바로미터가 공장 직원들의 교육 및 기술습득 능력”이라며 “언어가 같고 북측 인력의 머리도 좋아 더욱 질 좋은 제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원은 개성공단 시범단지에 약 40억원을 투자, 8~10개 생산라인을 가동해 연간 40만벌의 베스띠벨리ㆍ씨ㆍ비키 등의 여성복을 생산할 계획이다. 개성공단 투자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공장규모를 3배 가량 늘리고 3,000명 이상의 북측 인력을 고용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박 회장은 특히 “개성공단이 성공하려면 인력과 자재가 더욱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어야 하며 전력ㆍ도로ㆍ용수 등 인프라 확충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이 이처럼 개성공단에 큰 희망을 품는 것은 갈수록 내수침체가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현재 매장을 방문하고 있는 고객수 등을 조사해보면 내수가 회복될 기미가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내년 하반기는 돼야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답했다. 고객들이 덜 입고 덜 사면서 신원의 내수불황 타개전략도 자연 내실 위주에 맞춰졌다. 박 회장은 “유통전략을 백화점에서 대리점 위주로 짜고 있으며 시장 트렌드를 명확하게 읽고 적기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시장 공략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연간 300억달러 이상의 섬유제품을 수출하는 세계 최대 섬유수출국이면서 국내에서의 의류수입도 매년 40% 가량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씨 단일 브랜드로 3년 후에는 중국에서 5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 “여성복 베스띠벨리와 캐주얼 쿨하스도 추가로 중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원은 최근 2005년 중국의 유통 자유화 등을 겨냥, 중국 굴지의 기업 가운데 하나인 중신(中信, 자산 82조원)그룹과 손잡고 여성복 ‘씨’의 중국 내 독점 판매계약을 맺었다. 박 회장은 “기존 칭다오 공장은 해외 OEM 수출기지로, 브랜드 진출을 통해서는 내수시장으로 중국을 활용해 신원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중국이 핵심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섬유산업의 총본산인 한국섬유산업연합회의 회장직도 맡고 있는 박 회장은 “올해로 2회째를 맞은 ‘프리뷰 인 상하이(PISㆍ한국섬유대전)’가 내년부터는 국내 의류업체의 중국시장 판로개척에 본격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며 “쿼터제 폐지 등으로 변화를 맞고 있는 섬유업계가 ‘차이나 리스크(China Risk)’를 관리하며 ‘차이나 이펙트(China Effect)’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이 신원의 미래를 개척하는 데 첫번째로 꼽는 것은 ‘인재’다. 그는 “디자인과 기술을 바탕으로 한 브랜드 파워로 세계의 인정을 받아야만 신원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갈 수 있다”면서 ‘월드클래스’의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의 특명으로 신원은 미국ㆍ영국ㆍ프랑스ㆍ이탈리아ㆍ일본 등 5개 패션 선진국의 전문 교육기관에서 공부하고 있는 2만5,000여명의 ‘글로벌 인재’ 가운데 실무에 정통한 핵심 인력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경영철학과 스타일 "믿음경영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
'청지기의 사명을 다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박성철 회장은 "기업을 통해 사회를 복되게 하는 것이 하느님의 청지기로서 기업인이 가져야 할 소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청지기는 고대에 부유한 가정에서 양식을 나눠주는 일을 맡았던 일꾼으로 성경에 자주 인용되는 단어다.
실제 그는 기업회생을 통해 '청지기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 미련 없이 재산을 포기하기도 했다. 지난 98년 7월 외환위기 속에서 신원이 흔들릴 때 박 회장은 보유주식 전부(22.64%)를 회사에 내놓았다.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흑자기업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신원의 최대주주는 현재 우리사주조합(12.16%)이다.
믿음경영은 박 회장이 소비자와 주주ㆍ투자자 등에게 약속하는 기업 '신원'의 핵심 경쟁력이다. 믿음을 중요시하는 그의 경영철학은 사명 '신원'(信元ㆍ최고의 믿음)에서 곧 드러난다.
그는 "믿을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믿을 수 있는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신원의 존재이유"라고 설명했다.
꼬장꼬장한 원칙주의자로 보이는 박 회장은 그러나 일상 경영에서는 소탈하면서도 강한 뚝심의 소유자로 평가받고 있다. 환갑을 훌쩍 넘겼지만 수행비서도 없이 다니는 경우가 많고 손녀뻘 되는 여직원들과도 격의 없이 어울린다.
개성공단 진출과 '상하이 한국섬유대전'(PIS) 개최 등에 필요한 일은 주변을 어떻게든 설득해 끝까지 밀어붙이는 끈기도 보여줬다. 섬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 회장이 특유의 친화력으로 패션ㆍ화섬ㆍ직물ㆍ방직 등 수십개 관련단체가 모여 있는 섬유산업연합회의 든든한 구심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약력
▲ 40년 전남 신안 출생
▲ 한양대 행정학과 졸업(98년)
▲ 70년 산업경제신문 논설위원
▲ 73년 ㈜신원 대표이사
▲ 81년 한국무역협회 이사(현재)
▲ 83년 고려대 경영대학원 수료
▲ 86년 금탑 산업훈장
▲ 94년 국민일보 사외이사(현재)
▲ 98년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회장(현재)
손철 기자 runiron@sed.co.kr
입력시간 : 2004-07-20 1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