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가들의 한국 주식 보유 비중이 지난 2000년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들의 한국 증시 이탈은 견조한 내수경기 및 기업실적 대비 저렴한 주가 수준을 고려할 때 지나쳐 보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 ‘렉스’ 칼럼에서 최근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는 것은 ▦비즈니스 관행이 과거 회귀적이고 ▦세금 관련 규제가 심하며 ▦법 집행이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한쪽으로 치우쳐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중국이나 인도 등 다른 이머징마켓보다 떨어지고 기업지배구조가 불투명하고 배당금 지급 수준도 하위권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여러 가지 투자 환경이 전략적 투자자와 사모펀드가 투자를 재고하며 한국 증시를 떠나는 이유라는 설명이다. 외국인들은 지난 8월 한달 동안 108억달러(9조9,000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2004년 44%를 웃돌던 외국인 주식 투자 비중은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의 33% 수준까지 떨어졌다.
FT는 그러나 한국의 견조한 내수경기나 기업실적 대비 싼 주가 수준 등을 고려하면 이 같은 주식 매도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한국 증시가 올 들어 지금까지 주요 아시아국가 중 세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장부가격 대비 24%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높으며 외환위기 당시 300~500%에 이르던 기업들의 부채비율도 22.5%까지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FT는 “한국 경제는 수출 주도형 경제라 미국의 경제 침체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지만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덜 취약하고 무엇보다도 내수경기가 견고하다”며 “올해 대선에서 보다 더 기업 친화적인 대통령이 당선되면 경제개혁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재의 한국 증시 이탈을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