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 균열 커지는 아베노믹스 환상

2% 물가 달성 힘들어지고 임금상승률 되레 둔화세
경기회복 체감도 못해 지지율 8%P 하락 반전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2년 뒤 디플레이션 탈출이라는 목표를 세운 '아베노믹스' 곳곳에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2년 만에 물가상승률 2%를 달성하겠다는 핵심 목표는 완화정책의 주체인 일본은행 내부에서조차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중에 돈이 풀리는 와중에도 디플레이션 탈출의 열쇠를 쥔 임금상승률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둔화하고 경기회복 체감도는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본 정부는 경기가 견실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최근의 증시폭락에 애써 의미를 두려 하지 않지만 아베노믹스의 장밋빛 로드맵에 차질이 빚어진 가운데 경기부양으로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는 아베 신조 정권의 노림수도 고비를 맞게 됐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말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 의사록을 27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오는 2015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에 2% 수준의 물가상승률 달성목표를 채택한 이날 회의에서 위원 2명은 2% 물가목표가 "실현되기 어렵다"며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26일 회의에서 복수의 위원들이 "기대 인플레이션이 실제 물가상승률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으며 한 명은 목표수치를 내놓는 것이 "일본은행의 물가전망이나 금융정책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킨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일본은행이 매입하는 국채 잔존기한을 3년에서 7년으로 늘린 데 대해서도 "7년을 무리하게 달성하려 할 경우 국채시장에 심각한 부담을 주게 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또 한 위원은 "자산시장에 변동이 발생할 경우 파급효과가 확대되면서 실물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 자산버블 붕괴 우려가 일본은행 내에서도 일고 있음을 시사했다.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평균지수는 이날 장중 4%까지 하락했다가 전거래일보다 469.80(3.88%) 하락한 1만4,142.65에 거래를 마쳤다. 폭락세가 시작되기 직전인 22일 종가에 비하면 낙폭은 9.5%에 달한다.

경기회생 기대감을 반영했던 증시가 급속도로 꺼지고 아베노믹스의 총대를 멘 통화당국조차 디플레이션 탈출 로드맵의 실현 가능성을 반신반의하는 가운데 '금융완화→엔화약세→기업실적 회복→임금상승 및 소비증대→수요진작 및 실적회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시나리오는 이미 험로로 접어들었다. 가파른 엔화약세가 수출기업의 실적을 끌어올리기도 전에 에너지 수입비용이 암초로 작용하기 시작했으며 임금은 아직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최근 니혼게이자이 조사 결과 아베 정권의 임금인상 압력에도 불구하고 임금교섭에 따른 기업들의 임금인상률은 올해 1.65%에 그쳐 지난해(1.69%)보다 오히려 소폭 둔화됐다. 신문이 26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아베 정권의 경제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은 62%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경기회복을 실감한다는 응답은 22%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본 정부가 다음달 14일 발표할 경제성장 전략에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대다수 내용이 공개된 성장전략 발표가 새로운 모멘텀으로 작용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많다.

이처럼 아베노믹스의 환상이 깨지기 시작하면서 경기회복 기대감 덕분에 이례적으로 오래 유지돼온 아베 정권의 오랜 '허니문' 기간도 끝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발표된 니혼게이자이 여론조사에서 아베 정권에 대한 지지율은 68%로 전월 조사보다 8%포인트 하락해 정권출범 이래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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