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맨이 들려주는 글로벌 스토리] <13> 인도에서는 파는 사람이 '갑'

오랜 사회주의 계획경제로 관습화
단골손님에 오히려 바가지 상술도


인도에서는 어디를 가도 물건 파는 사람이 고압적이고 불친절합니다. 제품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 주기는커녕 퉁명스러운 대답이 돌아오기 일쑤입니다. 한번은 유명 전자제품 양판점 몇 곳을 돌아도 에어컨의 가격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서 결국 모 전자회사의 대리점에서 제품을 구입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대리점은 잘 팔리는 모델조차 재고가 전혀 없는데다 선금까지 요구했습니다. 결국 선금을 걸고 매장을 4번이나 방문한 끝에 겨우 에어컨 4대를 살 수 있었습니다. 적지 않은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할인혜택이나 사은품 제공은커녕, 고맙다는 말 한마디 듣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인도는 원하는 물건을 찾기도 어렵고 사기도 어려운 공급자 시장입니다. 말 그대로 파는 사람이 '갑'입니다. 잔돈이 없다며 거스름돈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는 애교에 불과합니다. 단골손님에게는 오히려 바가지를 씌우는 것이 상식으로 통합니다.

이 같은 문화는 인도가 오랫동안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고수해오면서 굳어졌습니다. 시장경제가 제대로 정착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죠. 또 인도에서는 상인들이 상대방을 속여서라도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보편적입니다. 이는 단기적인 이익만 좇는 행태로 이어지지만 당장의 이익 앞에 고객서비스 개선은 먼 나라의 이야기입니다.

공공서비스는 더 심각합니다. 남인도에서는 전기요금 납부가 하루 이틀만 늦어도 바로 전기가 끊깁니다. 공급되는 전기의 질도 매우 나쁘고 하루에도 수차례 단전이 되지만 그나마도 감사하라는 자세로 나옵니다. 물이나 가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로·항만·공항 등 도시 인프라는 조금씩 개선 중이지만 최악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이런 인도에도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고객 서비스에 대한 개념이 점차 전파되고 있는 것이죠. 얼마 전 승용차를 살 때 구입 전부터 대금납부·차량등록까지 일일이 해피콜 서비스를 지원받으며 친절한 서비스에 놀란 적도 있습니다.

인도에 점차 현대식 쇼핑몰과 현대식 비즈니스 모델이 도입되면서 소비자 확보와 관리가 점차 중시되는 분위기입니다. 우리 기업들의 높은 서비스의식이 인도 문화와 접목되면 상당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민준 첸나이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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