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친서민과 재정건전성이라는 상반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세부 내용으로 들어가면 정부 스스로도 논리적인 모순이 존재함을 인정한다.
정부의 2010년 예산안과 중장기 재정운용계획(2010~2014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좋아진다. 국가채무 비중도 내년부터 줄어들고 악성 국가채무라고 할 수 있는 적자국채도 오는 2013년부터는 신규 발행이 없다.
하지만 정부의 전망은 결정적인 리스크를 안고 있다. 씀씀이를 줄이기보다는 매년 더 벌어 들여 나라살림을 안정시키겠다는 논리다. 특히 향후 5년간 매년 5%의 성장률로 세수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은 거꾸로 5% 성장을 달성하지 못하면 재정건전성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는 위험도 안고 가야 한다.
전문가들은 요즘처럼 대외변수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과연 잠재성장률(4%후반) 수준의 성장을 5년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을 나타낸다. 지나친 낙관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전망한 5년간 평균 국세수입 증가율은 7%, 지출증가율은 4%이다. 증가율만 두고 본다면 긴축 재정이다. 지출증가율을 세수증가율보다 매년 2~3%포인트 낮게 잡은 것은 낙관론이란 비판에 대한 정부의 고민의 결과로 보인다.
지출증가율을 낮게 유지할 수 있는가도 문제다. 이미 늘어날 만큼 늘어난 서민 관련 복지예산 등은 시간이 갈수록 쉽게 줄일 수 없는 경직성 예산으로 바뀐다. 정부는 내년에도 친서민 예산에 올해보다 3조원이 늘어난 32조1,000억원을 투입했다. 복지예산은 이미 전체 예산의 30%대를 육박하고 있다.
공기업 빚 떠안기란 돌발 변수도 재정건전성의 발목을 잡는다. 내년 예산에서 1조2,438억원이 투입되는 것을 비롯해 5년간 3조3,000억원이 LH공사에 투입된다. 결국 정책사업으로 빚더미에 오른 공기업에 재정수혈이 되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공기업 부실에 대한 재정 책임이 LH공사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다. 올해 3조3,000억원 내년에 3조8,000억원을 수자원공사 등의 공기업 부채 확대도 결국 재정이 떠안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