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도했던 도래인 흔적을 찾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일본편3-교토의 역사)
유홍준 지음, 창비 펴냄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일본문화의 본고장인 교토를 찾았다. 앞서 규슈, 아스카·나라에 이어 일본편으로서는 3번째다. 교토는 일본의 역사에서 1,000여년간(794~1867년) '수도'로서 역할했기 때문에 일본문화의 진수가 다 모여 있는 곳이다. 유홍준 교수가 교토를 찾은 이유는 단지 그것 때문만이 아니다.

삼국으로부터의 도래인의 흔적은 교토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절이자 일본 국보 제1호인 목조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있는 광륭사(廣隆寺·고류지)는 신라계 도래인인 하타씨(秦氏)가, 일본의 3대 마쓰리중 하나인 기온마쓰리를 주관하는 야사카 신사(八坂神社)는 고구려계 도래인 야사카씨(八坂氏)가 각각 세운 신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여행객들은 이를 간과하기 쉽다. 저자는 삼국시대 이후 한반도에서 바다를 건너가 교토에 정착하면서 일본의 정치와 사회, 문화를 주도한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추적함으로써 일본과 한국의 문화적 거리를 좁히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 어느 곳보다 교토는 한반도 도래인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는 곳이다.

물론 이뿐만이 아니다. 저자는 도래인의 노력에 뒤이은 당나라 문화 배우기(당풍·唐風), 헤이안시대 중엽(후지와라시대) 이래 스스로의 힘으로 문화를 일궈내려는 시도(국풍·國風) 등을 거치며 교토가 일본문화의 수도로 확고하게 자리잡는 과정을 유물과 유적을 통해 소상히 알려준다.

아쉽게도 유홍준의 일본답사는 4편에서 '교토의 명소'를 다루고 그친다고 한다. 더 많은 답사는 후학의 몫으로 남겨두겠다는 이야기다. 값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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