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저변 넓히자"… 문턱 낮추는 IT거인

MS 아이패드용 오피스 공개 아마존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구글·페북은 무인기 등 이용 저개발지역 인터넷 보급 확대 개방전략으로 영토확장 노려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업계 거인들의 문턱 낮추기 경쟁이 뜨겁다. 글로벌 IT 시장의 무한경쟁 속에서 고객 저변을 넓히고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기업들의 '개방' 전략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를 새 선장으로 맞은 마이크로소프트(MS)는 27일(현지시간) 주력상품인 사무용 소프트웨어 'MS오피스'를 애플의 태블릿PC인 아이패드에서 쓸 수 있도록 한 애플리케이션을 공개했다. 취임 후 첫 공식 행사장에 나타난 나델라 CEO는 "고객이 가는 곳에 MS도 따라간다"며 "오피스365(클라우드 기반의 MS오피스 제품)를 모든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자사 운영체제(OS)인 윈도 중심으로 오피스를 개발해온 MS가 경쟁사인 애플의 플랫폼을 지원하는 제품을 내놓은 것은 더 많은 고객을 끌어모으겠다는 개방전략의 일환이라고 풀이했다. 대니얼 이브스 FBR캐피털마켓 분석가는 "MS가 마침내 대중의 수요에 맞춰야 할 필요성을 깨달은 것"이라며 아이패드의 누적 판매량이 2억대에 달하는 상황에서 "아이패드 이용자 가운데 5%만 오피스를 사용하게 해도 MS에 최대 연 10억달러의 매출증대 효과를 안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MS오피스365 이용료는 연 70~100달러선이다.

온라인 소매업체 아마존은 무료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아마존은 현재 연회비 99달러를 내는 프라임서비스 회원에게만 영화·TV프로그램 등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데 수개월 내 유튜브처럼 광고수입을 주요 수익기반으로 삼는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것이다. WSJ는 스트리밍 서비스 분야에서 유튜브·넷플릭스에 뒤지는 아마존이 시청자를 크게 늘려 장기적으로 유료회원 증대를 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페이스북과 구글은 아예 지구촌 인터넷 시장을 근본적으로 넓히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세계 인구 71억명(2013년 기준) 가운데 60%가량이 인터넷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수십억명이나 되는 거대 잠재시장을 깨우겠다는 것이다.

이 두 기업의 전장은 하늘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는 회사 내에 50명의 항공전문가와 우주과학자로 구성된 연구소 설립을 진행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이 연구소는 태양광으로 충전되는 무인기(드론) 등 이른바 '커넥티비티 기기'를 공중에 띄워 통신 인프라를 설치하기 어려운 산간벽지에 인터넷망을 보급하는 방법을 연구할 예정이다. 현재도 인공위성으로 인터넷망을 특정 지역에 쏠 수 있지만 비용이 너무 높다고 이 연구소의 야엘 맥기레 기술 부문 책임자는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태양광 드론 개발업체 두 곳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퀄컴·노키아 같은 통신업체와도 적극 협력하고 있다.

구글도 지난해부터 열기구를 이용해 인터넷망을 전세계에 보급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 룬'으로 불리는 이 계획은 20㎞ 상공에 와이파이 중계기를 실은 열기구를 아프리카 등 오지에 띄우는 것이다. 이런 시도들이 성공한다면 인터넷망 중계소가 없는 사막이나 정글 한가운데서도 인터넷을 할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두 기업이 인터넷 사각지대를 없애는 한편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각인시키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봤다.

다만 이처럼 고객 수 증대에 목을 매는 IT기업들의 승부수가 성공할지 여부를 현재로서는 장담하기 어렵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클라우드서비스 분야를 놓고 다투는 구글·MS·아마존이 고객 모시기 차원에서 경쟁적 가격 낮추기에 돌입해 상당한 출혈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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