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세포배양 방식 차세대 독감백신 만든다

이르면 2014년 상용화


수정란(계란) 대신 동물세포를 이용해 생산기간을 기존의 절반 이하로 줄인 차세대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이 국내에서 개발된다. 이병건 녹십자 사장은 바이러스 배양 숙주로 기존의 유정란 대신 동물세포(개의 신장세포)를 이용해 생산기간을 2~3개월 단축시킬 수 있는 차세대 세포배양방식 인플루엔자 백신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고 8일 밝혔다. 세포배양 백신은 6개월 이상 소요되는 기존 유정란 백신에 비해 제조기간이 짧아 독감 대유행(팬데믹)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접종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녹십자는 내년까지 동물실험을 통해 유효성 평가를 마친 뒤 본격적으로 임상시험을 하고 이르면 오는 2014년 제품화할 계획이다. 녹십자는 세포배양 백신의 핵심기술인 세포주 확립에 이미 성공한 상태로 차세대 독감 백신 개발에 500억원 이상을 투입할 예정이며 전남 화순공장 인근에 전용 생산시설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포배양방식 백신은 조류독감(AI)이 대유행할 경우 닭 집단폐사로 유정란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백신 생산이 가능해 선진 제약사들이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제품으로 노바티스 등 2개 회사 정도가 유럽에서 제품허가를 받아놓은 상태다. 다만 제조공정이 복잡하고 가격이 비싸 아직 본격적으로 상품화되지는 않고 있다. 연구책임자인 안동호 녹십자 종합연구소 백신연구팀 이사는 "유정란을 이용한 백신 제조법이 도입된 지 60년이 넘은 만큼 동물세포를 활용한 새로운 백신 제조법이 세계적 대세를 이루게 될 것"이라며 "이번에 확립한 세포주는 기존 세포주의 단점을 해소하고 생산성을 높여 가격경쟁력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30억달러 규모의 세계 인플루엔자 백신시장은 연평균 8%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2016년에는 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병건 녹십자 사장은 "인플루엔자A(H1N1ㆍ신종플루) 백신으로 얻은 이윤을 세포배양방식의 독감 백신 개발에 재투자해 국민건강에 이바지하고 보다 나은 기술을 개발하는 바람직한 제약사의 모델을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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