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성지순례에 나섰던 한국인 3명이 폭탄테러로 사망하자 국내 여행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17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기독교 성지순례 여행은 이달부터 4월까지 성수기를 맞지만 지난 16일 시나이반도에서 일어난 폭탄테러의 영향으로 여행사마다 예약 취소가 이어졌다.
성지순례 전문 A여행사는 "이른 아침부터 일정을 취소하는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면서 "테러 우려로 취소와 환불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지순례 여행은 25~30명의 여행객이 단체관광 형태로 진행되며 주로 이집트·이스라엘·요르단을 경유하는 일정이거나 터키·그리스를 돌아보는 일정으로 이뤄진다.
대형 여행사들도 성지순례 상품을 취소하거나 다른 상품으로 대체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이달에 예약된 이집트 여행객 100여명에 대해 전액 환불해주거나 여행지를 터키나 유럽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충북 진천 중앙장로교회 신도들은 이번 테러로 여신도 김홍렬씨가 사망했다고 전해지자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숨진 김씨의 딸은 "믿을 수가 없다. 어머니는 신앙이 독실한 신자였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라며 오열했다.
새벽기도에 참석한 신도 50~60명은 시종 입을 굳게 닫은 채 어두운 표정이었으며 일부 신도들은 예배 내내 흐느끼기도 했다.
교회는 오후 들어 1층을 제외한 모든 문을 봉쇄하고 외부인 출입을 통제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당장 대책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의견을 모으고 구체적으로 상황이 파악되는 대로 박승로 장로가 총괄하는 사고대책반을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최규섭 중앙장로교회 부목사는 "현지와 계속 연락을 취하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현재 언론보도 이외에 알고 있는 것이 없고 추후 진행상황을 파악하면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경미한 부상을 입은 한국인 15명이 이날 오전3시40분께(현지시각) 주이스라엘 대사관 직원과 함께 이스라엘로 넘어와 귀국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인근 병원에 나뉘어져 있던 12명의 부상자는 이날 오전 시설이 더 나은 샤름엘셰이크국제병원으로 모두 옮겨 치료를 받고 있다. 김동환 진천중앙교회 목사의 부인 주미경씨 등 3명이 보호자 자격으로 병원에 머물며 부상자들을 돌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자 3명과 이들을 모두 포함해 이번 테러로 피해를 입은 한국인은 총 33명(성지순례단 31명·가이드 2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