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루오족의 ‘아내상속’ 관습 때문에 남편 형제들에게 성폭행 위협을 당했던 케냐 여성을 난민으로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화 부장판사)는 케냐 루오족 출신 A(42.여)씨가 난민으로 인정해달라며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난민인정불허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의 남편이 2004년 죽은 후 남편 형제가 루오족(族)의 아내상속 제도를 이유로 다른 남자와 성관계하라고 요구하거나 재혼을 강요하고, 이에 응하지 않자 재산을 빼앗고 자녀를 다치게 하는 등의 정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판결했다.
이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아내상속 문제는 뿌리 깊은 관습이라 개선이 쉽지 않다"며 “케냐 정부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빼앗긴 A씨를 보호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루오족은 케냐에서 세 번째 다수 종족이며 기혼 여성이 남편을 잃으면 남편의 형제가 선택한 인물에게로 상속되는 이른바 `아내상속' 제도를 지키고 있다. 이는 결혼한 젊은 여성은 배우자 사망시 배우자의 형제 등이 선택한 사람에게 상속되는 관습이다.
아내상속 제도는 에이즈 감염율을 높이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루오족 대다수는 ‘아내상속’을 거부하면 `치라(chira)'라는 저주가 내려 죽는다고 믿고 있다.
2006년 5월 입국한 A씨는‘남편이 2년 전 교통사고로 숨지자 남편 형제가 아내상속 제도에 따라 다른 남성과의 성관계와 재혼을 강요하고 있다’며 난민으로 인정해줄 것을 신청했다.
법무부가 난민 신청을 기각하자 A씨는 ‘남편 형제가 성관계를 강요하거나 집에 찾아와 성폭행을 시도하고 협박을 일삼고 있다’며 이번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