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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개국 중 90등, 96개국 중 50등, 142개국 중 117등, 100점 만점에 60.3점.
어떤 나라의 순위인지 참 딱하다. 불행히도 우리나라의 순위다. 숫자 중에서도 등수에 민감한 한국인의 특성상 만약 이 등수가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을 대표하는 등수라거나 또는 올림픽과 같은 중요한 스포츠 이벤트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성적이라면 그 책임소재를 철저히 따져야 하고, 관계자들은 단단히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말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성격의 숫자들은 아니다.
그럼 위 숫자들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미국 갤럽이 전세계 138개 나라의 15세 이상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63점으로 90위를 기록했다. 국제노인 인권단체가 전세계 96개국 노인의 사회적·경제적 복지수준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50위에, 스위스 민간단체인 세계경제포럼(WEF)이 집계한 남녀평등 순위는 142개국 중 117위로 나타났다. 패션 매거진 엘르가 19~54세 여성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성의 행복지수는 42개국 중 39위에 머물렀다. 마지막으로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3년 전국 18세 미만 아동을 양육하는 4,007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아동종합실태조사 결과에서는 60.3점을 얻어 경제협력개발기국(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60.3/100점)에 그쳤다.
이런 순위와 점수들은 아주 오래전 우리나라가 가난하고 못살던 시대의 숫자들이 아니라 비교적 최근에 조사돼 언론에 보도된 숫자들이다. 왜 우리는 경제지표를 나타내거나 국가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지표는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우리 삶의 가치를 표현하는 지표에는 이토록 무던한 것일까. 100세 시대를 맞이해 정부 차원에서 복지제도뿐 아니라 사적연금 활성화를 검토하고, 여러 가지 정책들의 우선순위를 재점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꼭 필요한 일이다. 다만 노후를 위한 경제적, 금전적 차원의 준비 외에도 삶의 행복과 만족을 위해 올바른 가치를 찾는 일들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상대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게 현실이다.
100세 시대를 맞아 늘어난 수명이 단순한 양적 증가가 아닌 질적인 삶의 가치 증대로 이어지기 위한 우리 사회의 '행복을 위한 치열한 담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