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경제소사/11월11일] 이리역 폭발 사고 발생

열심히 일한 만큼 대가를 받는다면 분명 건강한 사회다. 그러나 죽으라고 일하는데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지 못한다면 문제가 있는 사회다. 이런 사회에서는 ‘대충대충’주의가 만연하게 마련이다. 대충대충주의는 안전불감증으로 이어지고 반드시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은 세계적으로도 수준급이다. ‘대형사고공화국’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딱지가 붙은 것도 우리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 탓이다. 안전불감증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풍토 때문에 생겨났다. 사상 초유의 이리역 폭발사고도 담당자의 사소한 실수로 빚어진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1977년 11월11일 밤9시15분, 이리역에서 엄청난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지금은 익산시로 바뀐 이리시는 당시 인구 13만의 작은 도시였다. 천지가 진동하는 폭발음과 함께 도시는 암흑과 공포ㆍ아비규환의 생지옥으로 변했다. 인천의 한국화약에서 화약 30톤(다이너마이트용)을 싣고 광주로 가던 열차가 이리역에서 대기하던 중 폭발한 것이다. 쾅 하는 대형 폭발음이 약 15초 간격으로 세 번이나 이어졌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이 사고로 사망 59명을 포함해 1,402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리역을 중심으로 반경 500m 이내의 건물은 완전히 파괴됐고, 이재민 수는 1,647세대 7,800여명에 달했다. 사고원인은 어처구니 없는 인재였다. 호송원이 술을 마시고 화차에서 양초에 불을 켜고 잠든 사이 화약상자에 이 불이 옮겨 붙으면서 대폭발로 이어진 것. 호송원의 허술한 안전의식과 화약류 등 위험물을 역 구내에 대기시키지 않고 바로 목적지로 가게 해야 한다는 직송원칙을 무시한 채 수송을 지연시킨 이리역 등 총체적인 안전불감증이 빚은 사고였다. /박민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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