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경제소사/4월26일] CIH바이러스 강타

인간이 바이러스를 최초로 발견한 것은 1892년. 그로부터 100년이 채 되지 않은 1985년 컴퓨터가 바이러스가 등장했다. 컴퓨터 바이러스도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고 스스로를 재생산하며 진화한다는 점에서는 생명과 다를 바 없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파키스탄의 알비 형제가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사용을 막기 위해 바이러스를 만들어 퍼뜨린 것이 바로 최초의 컴퓨터 바이러스 ‘브레인’이다. 이후 벌꿀ㆍLBCㆍ일요일ㆍ양파ㆍ산 등 이름도 별난 수천 가지 바이러스가 나타났다. 1999년 4월26일에는 사상 유례 없는 컴퓨터 바이러스가 국내에도 출현해 한국경제를 강타했다. CIH바이러스(일명 체르노빌 바이러스)는 컴퓨터에 전원을 넣는 순간 바로 컴퓨터를 `뇌사' 상태에 빠뜨렸다. 정부기관ㆍ산업계ㆍ금융기관ㆍ가정의 컴퓨터가 갑자기 꺼지는가 하면 데이터가 모두 없어져버리는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하루 동안 CIH바이러스에 감염된 컴퓨터는 100만여대, 국내 컴퓨터 보급대수 750만대의 13%를 웃도는 수치였다. 피해 액수는 부품교체 비용만도 400억원, 잃어버린 데이터의 정보가치까지 포함하면 수천억원에 달했다. 올해도 악성 컴퓨터 바이러스가 국내 컴퓨터와 통신망을 공격, 대형 사고가 예상된다는 경고가 연초에 제기됐다. 컴퓨터 바이러스는 이제 컴퓨터에만 머물지 않고 휴대폰ㆍMP3 등 모든 전자통신기기로 옮겨가 왕성한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인간의 삶 또한 편해질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알게 모르게 이들 문명의 이기에 인간이 종속되고 있는 느낌이다. 만약 현대 문명사회에서 컴퓨터가 일시에 마비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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