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서도 떨지 않던 류현진(26ㆍ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첫 선발등판에서는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류현진은 7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틀랜타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5전3선승제) 3차전에서 3이닝 6피안타 1볼넷 1탈삼진 4실점(투구 수 68개)한 뒤 조기강판됐다. 한국인 투수 최초로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선발 마운드에 올랐지만 올 시즌 최악의 투구가 나오고 말았다. 류현진이 5이닝을 채우지 못한 것은 지난달 30일 콜로라도전(4이닝 2실점)에 이어 두번째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2스트라이크를 잡아놓고도 승부구가 없어 번번이 출루시킨 것, 안 나오던 수비 실수가 연거푸 나왔다는 것이다. 2008베이징올림픽 결승에서 쿠바를 상대로도 8⅓이닝 2실점으로 흔들림 없던 류현진이지만 이날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다행히 다저스는 장단 14안타를 퍼부으며 13대6으로 역전승, 류현진의 패전을 막았다. 2승1패가 된 다저스는 2경기 가운데 한 경기만 이기면 4강 격인 챔피언십시리즈(7전4선승제)에 진출한다.
경기 후 류현진은 "올림픽 같은 큰 경기보다 더 긴장했다"며 "절대 나와선 안 되는 플레이가 다 나왔다. 오늘 같은 실수는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마(魔)의 1회=1회에 약한 류현진은 이날도 2점을 주고 시작했다. 2사 2루에서 에반 개티스에게 1타점 중전안타를 맞은 것까지는 그럴 만했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브라이언 매캔을 맞아 2스트라이크를 잡아놓고도 연속 볼 4개로 출루시켰다. 2사 1ㆍ2루. 크리스 존슨에게도 2스트라이크 노 볼에서 1타점 중전안타를 내줬다. 류현진은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신경을 좀 더 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마법의 2회=0대2로 끌려가던 다저스는 2회 말 마법처럼 4점을 뽑았다. '타자 류현진'이 실마리 구실을 했다. 1사 만루에서 류현진은 상대 선발 훌리오 테헤란의 바깥쪽 낮은 공을 밀어 쳐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1타점을 올렸다. 정규시즌에도 타율 0.207와 5타점으로 만만찮은 방망이 실력을 보였던 류현진이다. 류현진에게 한방을 먹은 테헤란은 다음 타자 칼 크로퍼드에게 3점 홈런을 얻어맞았다.
◇악몽의 3회=2점의 여유를 류현진은 너무 빨리 잃었다. 3회 초 연속 3안타로 무사 만루. 올 시즌 만루 위기에서 15타수 1안타로 강했던 류현진은 매캔을 상대로 1루 땅볼을 유도했다. 병살타 코스라 1점만 주고 넘어갈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1루 베이스 커버에 들어간 류현진은 미처 1루를 밟지 못했다. 타자주자가 뛰어오기까지는 시간이 꽤 있었지만 마음이 급했다. 이어 4대3으로 쫓긴 1사 1ㆍ3루에서는 존슨의 1루쪽 땅볼을 잘 잡고도 홈 송구가 늦어 동점을 허용했다. 류현진은 6대4로 앞선 3회 말 타석 때 대타로 교체됐다.
◇챔피언십에서는 다를까=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경기 후 "디비전시리즈를 통과하면 류현진에게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즌 내내 잘 던진(14승8패 평균자책점 3.00) 선수를 한 경기 망쳤다고 내치진 않는다. 류현진은 다저스 선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저스가 챔피언십에 올라가면 류현진은 오는 15일 있을 3차전 선발이 유력하다. 내셔널리그 또 다른 디비전시리즈에서는 피츠버그가 세인트루이스에 2승1패로 앞서 있다. 류현진은 올 시즌 피츠버그전에 한 차례 나와 1승(6⅓이닝 3피안타 2실점)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