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으러 가다제9보(101∼115)
일류 기사들의 특징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무력하게 패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20대에 이시다9단은 이미 일류의 반열에 올라 있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흑1이 놓이자 이시다는 마치 꿈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정신을 차렸다. 유망하다고 여겼던 행세가 어느새 승패불명이다. 뭔가 과감한 착상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그는 우상귀 방면에 입체적으로 형성되어 가는 흑의 대모양을 폭파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판단했다.
안전하게 변방부터 폭파하려면 백 「가」로 시비를 거는 것인데 그것으로는 승산이 희박하다. 가장 강렬한 침입은 참고도의 백1인데 그것은 흑2 이하 8로 크게 공격당하여 심히 부담스럽다. 혹시 백이 살더라도 중앙의 백대마가 위험해질는지도 모른다. 이시다가 선택한 것은 실전보의 백2 헤딩이었다.
이제 공은 오타케에게로 넘어갔다. 흑으로서는 우상귀가 폭파되면 그대로 진다.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계가 바둑이다. 오타케는 온건책부터 생각해 보았다. 귀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일단 「나」로 받아야 하는데 그것이면 백이 7의 자리에 저항하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온건책으로는 승리를 기약할 수 없다는 결론을 얻은 오타케. 눈 딱 감고 실전보의 흑3으로 잡으러 가는 길을 택했다. /노승일·바둑평론가
입력시간 2000/05/1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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