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중앙아시아·유럽 무역루트 뚫는다

8,500만弗 투자 항구 개발 등 제재 해제 이란과 관계 개선 총력
해상 통해 에너지 확보 잰걸음
육로론 유럽 다이렉트 무역 추진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으로 무역길이 막혀 에너지 수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도가 핵협상 타결로 경제제재가 해제된 이란과의 관계개선을 통한 해결책 모색에 나섰다. 이란의 항구를 개발해 자원이 풍부한 중앙아시아로 가는 교두보를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육로를 추가로 확보해 인도와 유럽을 연결하는 새로운 무역 루트를 개발하겠다는 복안이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인도 국영 항만회사인 자와할랄네루항만과 칸들라항만이 8,500만달러(약 992억원)를 투자해 이란 남부 차바르항을 개발하기로 하는 등 인도는 이란의 인프라 구축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인도의 움직임을 두고 워싱턴 싱크탱크인 우드로윌슨센터의 남아시아 전문가 마이클 쿠겔먼은 "인도는 이 지역을 오랫동안 주시해왔다"며 "중앙아시아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거대한 게임에서 인도가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도 인도가 이란 핵협상 타결의 첫 수혜자가 됐다며 중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투자를 더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의 대이란 투자는 에너지 확보 목적이 크다. 인도는 전통적 적대국인 파키스탄과 중국에 육로가 차단돼 원유와 가스 수입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최근 중국이 육해상무역로를 넓히겠다며 내놓은 일대일로 정책도 인도의 에너지 무역을 더 힘들게 했다. 인도는 우선 이란에 항구를 확보한 뒤 자원이 풍부한 중앙아시아에서 에너지를 수입해 해상으로 인도에 들여올 계획이다.

인도는 자원수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차바르항과 자국을 바다로 연결하는 계획도 세워뒀다. 45억달러(약 5조2,537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해저 파이프 공사를 주도하는 인도의 사우스아시아가스엔터프라이즈(SAGE) 측은 블룸버그에 "이 대형 공사에서 중요한 것은 기술과 돈이 아니라 지정학적 문제"라며 인도와 이란의 관계가 진전되면서 비로소 공사가 현실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인도는 이란을 기점으로 중앙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이어지는 무역로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그림도 그리고 있다. 현재 인도의 대유럽 무역은 비행기를 이용하거나 선박이 아라비아해를 우회해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란을 통과해 육로로 터키를 지나 유럽으로 향할 경우 시간과 경비를 대폭 절약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인도가 이 루트를 확보한다면 무역에 드는 운송비용만도 70%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