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애츄던 美 ECRI 소장

“우리 연구소의 판단이 틀리길 바랍니다. 그러나 한국의 경기동행지수의 움직임을 볼 때 지금 경기침체 상태에 빠져 있고, 적어도 3~6개월의 침체를 거칠 것입니다.” 최근 한국 경제가 침체 상태에 있다는 보고서를 낸 뉴욕 소재 경기사이클 연구소(ECRI)의 랙쉬만 애츄던 소장은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금의 경기 침체가 과거 두번의 침체보다 길고, 심각해질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 한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졌다는 근거는. ▲경기 침체 여부를 판단할 때 우리는 경기동행지수의 궤적을 추적하고, 선행지수를 관찰한다. 한국의 경우 두 지수 모두 내려가고 있다. 우리는 동행지수로 경기 현실을 판단하고, 선행지수로 경기 진행 방향을 경고한다. 한국의 경기동행지수는 생산, 고용, 소득, 판매등 4 영역에서 모두 내려가고 있다. 우리는 또 과거의 경기 부진시기를 비교한다. 지금의 경기 지수는 과거의 경기 둔화(slowdown)의 전례를 따르지 않고, 두번에 걸쳐 있었던 경기침체의 궤적을 따라가고 있다. 현재의 한국 지수는 과거 전형적인 침체보다 더 악화된 경로를 보이고 있다. 우리는 이런 연구 틀로 한국의 경기침체를 선언한 것이다. 선행지수는 방향을 돌릴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 경제는 최소한 1~2개 분기(3~6개월)의 침체기를 겪을 것이다. 선행 지수도 과거의 두 침체기보다 더 악화되고 있다. - 그러면 지금의 경기침체가 과거 두번의 침체보다 깊고, 오래갈 것으로 보는가. ▲단정할 수 없지만, 그럴 위험은 있다. 지금의 지수로는 확인할 수 없다. 선행 지수는 너무 약화돼 있다. 리스크가 있다는 것이지, 현재로선 예측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한 채 경기침체가 오는 경우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경기 침체가 아니기를 바라지만, 우리가 제시하는 증거들은 분명히 한국이 경기침체 상태라는 것이다. - 한국의 경기침체가 끝날 시기에 대한 예측을 유보했는데. ▲현재로선 침체의 종식을 예측하기 너무 이르다. 경기 침체가 언제 끝날지를 예측하려면, 장기 선행지수가 강력하게 상승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선행지수는 아직 내려가고 있다. 우리는 97~98년 아시아 위기때 한국의 선행지수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것을 발견했고, 조만간 경기침체가 끝날 것이라고 예측한 적이 있다. 지금도 그런 선행 지수의 상승이 보이길 희망한다. - 한국 경제침체의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엄청난 가계부채다. 외부적으로 이라크 전쟁으로 미국은 물론 유럽, 일본 등 주요 경제국들의 경기 둔화로 한국의 수출이 타격을 입었다. 국내적으로 가계부채 문제, 대외적으로 세계적인 경기 둔화라는 이중의 충격이 한국 경제를 침체로 빠지게 한 것이다. - ECRI의 리포트에 대해 한국의 경제전문가들은 지금 한국 경제가 개선되고 있는데 너무 비관적인 게 아닌가 라고 비판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는 누구나 최선의 예측을 원한다. 2000년초 미 주식시장이 하락할 때 우리는 경기 침체를 예고한 적이 있다. 그때 경제전문가들이 우리를 비난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떠했는가. 우리는 당시 경기 침체가 1~2개 분기 동안 진행될 것이라고 보았다. 나는 한국 경제에 대한 우리의 판단이 틀리기를 바란다. 경제를 하는 사람들은 주관적이고, 감성적이고, 희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선행지표는 객관적이다. 틀리길 바라지만 객관적인 지표는 시장 예측에 관한한 대단히 유용하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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