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동(왼쪽) 감독이 지난 27일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자신의 다섯번째 장편영화 '시'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 작품은 영화배우 윤정희씨가 오랜만에 스크린에 컴백하고 제63회 칸 영화제 경쟁부분에 공식 초청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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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모자를 쓰고 레이스가 달린 옷을 곱게 차려 입은 나이 든 소녀는 영화 속에서 묻고 또 묻는다. "시는 도대체 어떻게 쓰는 건가요?"
'박하사탕', '밀양'등을 통해 평범한 일상에서 먹먹한 울림을 자아냈던 이창동(56ㆍ사진) 감독이 신작 '시'를 들고 돌아왔다. 오는 12일 열리는 제 63회 칸 영화제 공식경쟁부문에 초청된 작품은 27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영화는 이 감독이 윤정희라는 한국 영화계의 한 역사와 함께 스크린을 통해 써 내려간 한 편의 '시(詩)'였다.
"많은 분들의 생각과 달리, 저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영화를 만들진 않습니다. 이번 작품도 메시지를 전하는 게 아니라 관객에게 묻는다고 할까요"
이 감독은 이날 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시가 죽어가는 시대에 시의 의미에 대해 같이 생각해보고 싶었다"며 "여기서 시는 정말 시일 수도 있고, 영화일 수도 있으며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하지 않아 보이지만 아름다운 무엇 일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파출부 일을 하며 손자와 함께 살아가는 양미자(윤정희)의 삶을 담았다. 시를 쓰기로 결심하면서 주변에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시 바라보게 되는 미자의 모습이 펼쳐진다. '회장님도 내가 웃으면 뿅가요' 라고 천진난만하게 말하는 미자의 엉뚱한 모습을 윤정희는 16년만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이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기 전 주인공 이름은 '양미자'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윤정희씨 본명도 손미자더라. 촬영하면서도 두 사람이 같은 인물이라 생각이 들 정도로 비슷했다"고 덧붙였다.
늙은 여인이 주인공이지만 '청소년 성폭행', '노인 부양' 등 영화 속에 등장하는 소재는 다양해 마냥 잔잔하지 만은 않다. 이 감독은 "우리의 일상이 똑 같은 일의 반복 같아도 모두 도덕성의 문제가 연계된다"며 "영화 속 등장하는 사건들이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5월 1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