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행은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하와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금융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중에 풀린 원화유동성은 약 2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가계와 기업의 금리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정부와 한국은행이 취한 이러한 조치로 금융시장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관찰되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3%대 중반까지 낮아졌고 시중자금이 위험이 낮은 단기시장으로 몰려들면서 지난해 10월 말 6%대까지 치솟았던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단기간에 2.9%대까지 떨어졌다. 또한 기업어음(CP)과 은행채 금리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시중자금들이 국채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아진 우량등급 회사채 등으로 몰리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10대 증권사의 지난 1월 채권 소매판매액은 약 1조3,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증가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까지는 자금이 흘러가지 않는 이른바 자금의 양극화 현상은 여전하다. 인체에 비유하면 혈액이 심장을 나왔지만 모세혈관까지는 공급되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는 극심한 내수침체와 수출부진으로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게다가 중장기적으로 어느 기업이 생존할지 모르는 불확실성마저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주체에 자금을 공급해주는 자금중개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의 투명성을 향상시키고 예측가능성을 제고해야 한다. 상처를 헤집고 도려내는 수술과 마찬가지로 구조조정은 미래에 발생 가능한 부실을 드러내고 정리하는 과정이다. 당사자의 희생이 요구될 수 있지만 경제의 회생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이다. 구조조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이고 냉정한 정책당국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구조조정을 통해 정리할 기업과 반드시 살려야 할 기업군을 분리해 경제의 불확실성을 줄여준다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금이 공급되면서 경제의 회생을 앞당길 수 있다. 자금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구석구석 원활하게 흘러가기 위한 열쇠는 신속하고 과감한 구조조정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