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원고·엔저 현상이 장기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연구위원·최문박 선임연구원은 6일 ‘주춤하는 원고·엔저 아직 갈 길은 멀다’란 보고서에서 “현재의 원고·엔저는 추세적 흐름 전환의 초입”이라며 “2015년께까지 원·엔 환율이 100엔당 800원 수준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산출하는 구매력평가(PPP) 환율로 원화와 엔화의 추세도 전망했다.
PPP 환율은 같은 양국에서 한 물건의 값을 같게 해주는 환율 수준을 의미한다. 가령 우리나라에서 1,000원인 물품이 일본에서 100엔이라면 PPP 환율은 100엔당 1,000원이 된다.
이 결과로는 지난해 원화의 PPP 환율은 달러당 830원, 엔화는 달러당 108엔으로 나타났다. 원·엔 환율로 환산하면 100엔당 770원 수준이다. 현재 100엔당 1,100원대 후반인 시장환율과 견주면 원화는 저평가됐고 엔화는 고평가된 셈이다.
이 연구위원은 “요즘 같은 속도로 원·엔 환율 하락세가 이어지면 국제통화기금(IMF)의 물가 전망에 비춰봤을 때 2015년께 시장환율이 PPP 환율에 근접하며 원·엔 환율이 100엔당 800원 수준이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는 원·엔 환율의 최고치였던 2009년 2월 100엔당 1,550원과 비교해 6~7년 사이에 원화가 엔화 대비 약 94% 절상되는 것이다.
그는 더 큰 문제는 원화가치가 단기에 급등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작지만 우리나라는 내수 비중이 작아 원화 급등의 충격을 버텨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의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자본 유입 가능성이 원화 강세를, 일본은행의 추가 통화 완화, 엔 캐리 트레이드 확대 등이 엔화 약세를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제품은 일본 제품과 경합도가 높아 엔화에 대한 원고가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며 “원고에 따른 기업수익 감소가 투자 여력 부족으로 이어져 품질경쟁력을 낮출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기업은 생산비용을 줄이고 경쟁력을 높여 환율 변동에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하며 정부에는 장기적인 원고 속도를 늦추고 외국자본의 과도한 유입을 억제할 수 있도록 금융거래세 도입을 고려하라고 제언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