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벤처캐피털 "투자금 가져가세요"

IT거품붕괴따라 마땅한 투자처 못찾아 '돈은 많은데 투자할 곳이 없다' 지난 90년대 말 정보기술(IT)붐에 힘입어 막대한 자금을 끌어 모았던 미 벤처캐피털들이 최근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돈을 다시 투자자들에게 되돌려 주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MSNBC방송이 5일 보도했다. 미 전역에 '벤처 열병'이 걷잡을 수 없이 번졌던 지난 99년과 2000년 미국의 벤처캐피털업체들이 조달한 자금액수는 1,500억 달러. 그러나 IT 거품 붕괴 이후 벤처 캐피털사들이 신생 업체에 돈을 투자하는 '모험'을 감행하는 대신 아예 돈을 금고 속에 묻어두는 경우가 늘어 나면서 현재 900억 달러에 이르는 돈이 잠을 자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심지어 많은 업체들은 아예 고객들에게 돈을 찾아갈 것을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맡긴 돈의 2%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는 고객들이 저조한 수익률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데 따른 것. 실제로 세계적인 벤처 캐피털사인 액셀 파트너는 14억 달러의 펀드 기금 중 최근 4억 5,000만 달러를 고객에게 반환했다. 이밖에도 ▲ 클라이너 퍼킨스 1억6,000만 달러 ▲ 어스틴 벤처 6억7,000만 달러 등 올해 1ㆍ4분기에만 벤처 캐피털에서 투자자들에게 되돌아간 자금이 5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벤처캐피털사들의 투자 관행 역시 많이 달라졌다. 몇 년 전만해도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내세운 신규 업체들에 과감한 투자를 서슴지 않았던 이들은 최근 가장 빠른 시간 안에 흑자로 전환할 수 있는 업체만을 선별, 자금을 대주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높은 효율을 올릴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주요 수혜자가 되고 있다. 한편 언제 벤처 캐피털업계가 다시 활성화될 것인가에 대해 가장 낙관적인 전문가들은 약 18개월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벤처 투자를 통해 과거와 같이 20~30%에 달하는 수익률을 얻을 수 있으려면 5~7년의 세월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윤혜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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