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대 초반 온 나라를 휩쓸었던 벤처 열풍 당시 벤처 엔젤투자 시장도 덩달아 황금기를 맞았다.
'벤처 투자가 돈이 된다'는 인식 때문에 기업의 미래 가능성을 보기보다는 투기처를 찾기 위한 개인들의 돈이 벤처 시장에 집중됐고 많은 벤처 최고경영자(CEO)들 역시 창업 붐에 편승하려 가족과 친지의 쌈짓돈을 악착같이 끌어모았다.
덕분에 투자 규모는 늘어났지만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기업의 성장을 도모하는 '엔젤투자'는 투기적 성격만 남은 '묻지마 투자'로 변질되고 말았다.
결국 이후 정보기술(IT) 버블이 꺼짐과 동시에 엔젤투자 시장도 크게 위축됐다.
한탕주의에 편승한 '반짝' 투자자가 아니라 기업 가능성에 따른 중장기 투자에 주력하는 전문 엔젤투자자가 전무했던 것이 이런 결과를 낳은 셈이다.
제대로 된 엔젤투자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다는 문제는 제2의 벤처 창업 붐이 불고 있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000년 5,493억원이던 엔젤투자금액은 지난해 326억원으로 10년 새 무려 94%나 줄었다.
벤처캐피털을 통한 벤처 투자는 이미 1조원을 넘을 정도로 꾸준히 늘고 있는 반면 엔젤투자는 거의 전무한 셈이다. 창업 초기 기업이 벤처캐피털이나 제도권 금융에서 자금을 지원받기 힘든 상황임을 감안하면 엔젤투자의 위축은 이들의 주요 자금원이 사라지는 것과 다름없다.
최근 출범한 엔젤투자지원센터에 업계의 기대가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 차원에서 엔젤투자 육성을 위한 기관을 연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일이다. 이는 정부에서도 그만큼 국내 벤처 산업 생태계에서 엔젤투자의 중요성을 인정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센터의 가장 큰 목표는 '참된 엔젤 발굴'이다. 단순한 자금조달뿐 아니라 기업의 향후 성장을 위한 '멘토' 역할도 해낼 수 있는 전문 투자자들을 집중 육성한다는 것이다.
양뿐 아니라 투자의 질도 도모하지 않으면 10년 전의 실패를 반복할 수 있는 만큼 이 같은 방향은 바람직해 보인다. 향후 센터의 활동이 제2의 건강한 엔젤투자 붐을 이끌어내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