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시나고그(유대교 회당)에서 18일 오전(현지시간) 사촌 형제인 팔레스타인인 2명이 테러 공격을 가해 미국인을 포함해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쳤다.
이날 사건은 2008년 유대교 세미나에서 총기 난사로 8명이 숨진 이래 유대교 시설·행사를 겨냥한 공격 중 인명피해 규모가 가장 크다.
최근 동예루살렘과 텔아비브에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민간인을 겨냥한 보복 공격과 격렬한 시위가 이어져 긴장이 고조한 상황인 터라 이 사건이 자칫 7월 가자지구 공습과 같은 더 큰 충돌로 이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경찰에 따르면 이들이 이날 오전 7시께 유대교 성향이 강한 서예루살렘 하르노프 지역의 한 시나고그에 들어와 기도 중이던 이스라엘인 20여 명을 향해 칼과 도끼를 휘두르고 권총을 난사하면서 사상자가 났다.
사망자 4명 가운데 3명은 미국인이고 나머지 1명은 영국인으로, 이들은 모두 이스라엘에 이민을 와 현재 이중국적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자 중 2명은 경찰관이며 나머지 4명은 중상을 입은 탓에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출동한 경찰은 이들 범인 2명을 현장에서 사살했다.
경찰은 범인들이 동예루살렘에 사는 팔레스타인인으로 사촌 간이라고 확인했다.
또 이들이 가자지구에 근거한 ‘팔레스타인 해방 민중전선’(PFLP)이라는 무장단체에 가입했다고 발표했다.
이 사건은 공교롭게 팔레스타인인 버스기사가 전날 예루살렘의 차고지 버스 안에서 목을 매 사망한 채로 발견된 지 하루 만에 일어났다.
이스라엘 경찰은 버스기사가 자살했다고 발표했지만, 팔레스타인 언론들은 이스라엘 극단주의자가 살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은 책임을 서로 돌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시나고그 공격은 (팔레스타인 정파) 하마스와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의 선동을 국제사회가 무책임하게 외면한 직접적인 결과”라며 “이에 엄격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압바스 수반은 “예배하는 유대인뿐 아니라 어느 누구에 대한 공격이라도 규탄한다”면서도 “이스라엘은 모스크(무슬림 사원) 침략을 멈추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도발도 그만둬야 한다”고 비판했다.
런던을 방문 중인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시나고그 공격에 대해 “명명백백한 테러 행위며 무자비하고 야만적 폭력”이라며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은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이를 비난해야 하고 선동을 조장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스라엘 정부와 협력해 즉각 수사에 나서기로 했다. 미 사법당국의 한 관리는 CNN 방송에 “희생자 중 3명이 미국인이기 때문에 FBI가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이를 ‘테러행위’라고 규정하고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정치 지도자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날 시나고그 공격이 “팔레스타인을 향한 이스라엘의 행태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작용”이라며 ‘영웅적 행동’이라고 치켜세웠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