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파업 상처만 남기고 사실상 '종료'

사측 무노동무임금 고수…화섬 구조조정 가속

두달을 넘게 파업이 지속돼왔던 코오롱 구미공장의 노사가 25일 새벽 잠정합의안을 도출함에 따라 일단 협상 타결과 파업 종료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코오롱 파업사태는 위기에 처한 화섬업계가 경영난 극복을 위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잠정합의 결과에 따르면 회사측은 장기파업으로 큰 손실을 입었지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지켜냈고, 노조는 파업을 통해 특별히 얻은 것이 없는 상황이다. 사측은 이번 합의 결과에 대해 "일부 합의과정에서 양보는 있었지만 무노동 무임금과 불법행위 징계 등의 원칙이 지켜졌다는 점에서 앞으로 무분별한 불법 파업을막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노사가 파업 초반 설비 구조조정과 임금협상, 고용보장 등 핵심쟁점에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파업기간 무노동 무임금과 조합원 징계 등 부수적인 사안을둘러싼 감정싸움으로 손실만 키웠다는 점에서 향후 노사관계에 적지않은 교훈을 남긴 것으로 평가된다. ◆노조, 얻은 것이 없다 = 당초 이번 파업사태는 회사가 화섬부문을 축소하고전자소재 등 첨단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늘린다는 방침에 따라 구미공장내 낡은폴리에스테르 원사 생산라인의 철수를 추진하면서 발생했다. 파업기간 간헐적으로 이어진 교섭에서 양측은 폴리에스테르 생산라인 철수와 신규투자 약속과 고용보장, 임금동결, 주40시간 4조3교대 근무 등 주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합의를 이뤄냈다. 그러나 파업기간 무노동 무임금과 노조원 징계를 철회할 것을 노조가 요구하고이에 대해 사측은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양보할 수 없다면서 법과 원칙을 엄격히적용할 방침을 천명하면서 파업은 장기화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쟁점이 됐던 사안들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뤘으면서도 부수적인 사안들을 둘러싼감정싸움으로 사태의 핵심이 변질됐던 셈이다. 이번 협상에서 노조는 당초 예정됐던 폴리에스테르 원사 생산설비의 철수와 임금동결, 주 40시간 4조3교대 근무 등에 합의한데 더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받아들이기로 함으로써 파업을 통해 이렇다할 만한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다만 사측도 노조원에 대해 제기했던 민.형사상 소송은 취하하고 해고된 11명의조합원중 위원장 1명을 제외한 나머지 10명에 대해서는 징계수위를 완화함으로써 집단 해고사태는 피하기로 했다. 또 노조는 사측 인사위원에 대한 고소를 철회하고 공장정상화와 생산성 향상에협력키로 했고 사측은 연차 수당을 정상 지급함으로써 최소한의 생계비는 보장키로했다. ◆사측도 손실 막대 = 이번 파업은 화섬업계의 절박한 경영난과 겹치면서 코오롱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을 입힌 것으로 추산된다. 화섬업계는 수 년전부터 원료가격의 상승과 공급과잉, 제품가격 하락 등으로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장기 불황을 겪어왔다. 코오롱도 예외가 아니어서 지난해 683억원의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36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어려움이 지속돼왔다. 코오롱 구미공장은 코오롱 전체 매출의 약 45%(5천500억원)를 차지하고 매출액중 수출비중이 74%에 달하는 주력공장이다. 이번 파업으로 코오롱은 하루 매출손실만 약 10억원에 달해 총 600억원이 넘는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직접적인 매출 손실외에도 장기 파업으로 인한 거래처 이탈과 부자재 납품업체의 경영난, 협력업체의 도산 등도 가중돼 전체적인 손실규모는 1천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장기 파업으로 입은 직접 손실도 문제지만 이탈한 거래선을 다시 확보하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화섬 구조조정 가속도 = 코오롱의 파업이 사실상 종료됨에 따라 앞으로 코오롱 구미공장을 시작으로 경영난 탈출을 위한 화섬업계의 구조조정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오롱은 이미 전통적인 섬유산업의 비중을 축소하고 DFR(감광성필름) 생산라인증설과 광확산판 투자 등을 통해 전자소재 사업의 매출 비중을 오는 2006년 20%까지늘려나가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회사 관계자는 "구미공장내 낡은 폴리에스테르 원사 생산라인만 철거하고 신규투자가 진행되면 구미공장은 새로운 첨단 제품 생산공장으로 변신하게 된다"면서 "향후 사업구조조정에 있어 이번 폴리에스테르 생산라인의 철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설명했다. 코오롱뿐 아니라 여타 화섬업체들도 대부분 폴리에스테르와 나일론 등 일반 원사의 비중은 줄이고 대신 타이어코드를 비롯한 고부가가치 제품과 전자소재 부문 등을 확대하면서 구조조정을 추진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상승과 제품가격 하락, 매출 부진 등으로 섬유업계 전체의경영난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파업에 발목을 잡힐 여유가 없다"면서 "과감한 구조조정만이 살길이라는 인식이 업계에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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