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5억원 이상을 받는 등기임원의 보수를 공개하기로 한 후 대기업 총수의 30%가 비등기임원으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총수나 오너 일가 등 사실상 기업을 경영하는 '업무집행지시자'의 경우 비등기임원일지라도 보수를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임원 보수 공시를 도입한 이래 2년 만에 30대 그룹 중 9개 그룹의 총수가 등기임원 명단에서 사라졌다"며 "총수가 등기임원으로 등재된 계열사는 이 제도가 도입되기 전 108개에서 올해 78개사로 2년 새 30% 감소했다"고 말했다. 총수 일가가 등기임원 명단에서 사라진 곳은 삼성·SK·현대중공업·한화·두산·신세계·LS·대림·미래에셋 등이다.
민 의원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5개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사퇴했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7개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사퇴했다"며 "2년 만에 30%가 사라졌는데 3~4년이 지나면 아무도 등기임원으로 남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무위 소속으로 같은 당의 김현 의원에 따르면 100대 기업 보수 공시 임원 중 미등기임원으로 전환한 기업은 총 13개사, 16명이고 이들의 전환연도 직전 보수 총액은 467억7,000만원으로 나타났다.
민 의원은 법의 허점을 막기 위해 상법 제401조 2항에 규정하고 있는 사실상의 업무집행지시자의 경우 비등기임원이라도 공시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룹 총수나 오너 일가가 기업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만큼 등기 여부에 관계없이 보수를 모두 공개하라는 것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에 대해 "임원 보수 공시제와 관련해 충분히 논의될 필요가 있다"며 "전반적인 실태를 점검해 보겠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시장에 공개돼 합리적으로 보수가 결정되도록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만 현실적으로는 기업에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