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감추는 게 버릇된 정부외교

우리 정부가 대만과 투자보장협정(BIT) 체결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992년 단교 이후 20년 만에 양국 협력채널의 공식 복원이니 의미가 자못 크다. 이번 BIT 협상은 대만 측의 적극적인 요청에 의해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럽ㆍ미국과 차례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우리나라의 FTA 효과에 편승하기 위함이다. 대만은 수출주도형 경제여서 경제영토가 확장된 한국과 BIT를 체결하면 여러모로 유리해진다. 예컨대 대만 기업이 우리나라에 투자해 미국이나 유럽에 우회 수출하게 되면 그만큼 경쟁력이 높아진다. 우리나라로서도 상당한 실익과 직간접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협상을 정부는 국민에게 감쪽같이 숨겨왔다. 본지 보도로 알려지지 않았다면 정부가 언제까지 이를 감추려고 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지난달 1차 협상을 대만에서 진행했음에도 함구로 일관했다. 한ㆍ대만 관계개선에 민감한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게 외교당국의 해명이지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외교통상부의 주장대로 중국을 의식했다면 협정을 체결한 후에도 계속 비밀로 해야 한다는 궤변이 되고 만다. 결국 경제 분야라는 사안의 성격상 드러날 수밖에 없는 뻔한 협상을 외교당국이 국익 우선이라는 상투적 논리에 맞춰 편의적으로 은폐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외교당국이 비밀주의를 전가의 보도로 삼다가 사고를 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멀리는 중국 마늘 협상에서부터 최근에는 한일 정보보호협정 협상이 대표적이다. 그때마다 정부는 해명과 면피에 급급했지 자신들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바로잡으려는 진지한 반성의 자세를 보인 적이 없다.

대만과의 2차 협상은 오는 10월 우리나라에서 열린다고 한다. 외교협상은 상대국가가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세부내용까지 밝힐 수는 없지만 협상원칙과 진행절차 정도는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정부는 국익을 핑계로 최소한의 정보마저 농단하는 밀실외교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해관계자와 전문가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시각과 주장이 만발하는 가운데서 국익을 위한 최선의 협상 결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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