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 원화 인위적 절하"

日조선업계 "정부 換시장 개입, 엔화가치 내려야"
"원화약세로 경쟁력 약화"

일본의 조선업계가 한국의 원화약세로 수출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일본 정부도 신속히 외환시장에 개입해 엔화가치를 끌어내릴 것을 촉구했다. 미국 재무부가 최근 환율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하는 등 한국 환율정책이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협공을 받는 형국이다. 일본의 미시마 신지로 유니버설조선 사장과 하라 히사시 미쓰비시중공업 조선사업부문 대표는 8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원화를 인위적으로 절하해 자국 조선업체들에 불공평한 혜택을 주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즉시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미시마 사장은 "(일본 정부는) 당연히 행동에 나서야 한다. 우리는 (외환시장) 개입을 원한다"고 말했다. 하라 대표는 "비용원가 측면에서는 동등한 경쟁이 가능하지만 달러로 환전하면 우리 선박이 (한국보다) 20% 이상 비싸진다"며 "(환율 때문에) 동등한 경쟁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일본 엔화는 지난 2009년 9월부터 지금까지 한국 원화에 비해 40%가량 절상됐다. FT는 "이러한 공개적인 불만 표출은 엔고가 일본 제조업체들을 한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취약하게 만들었다는 점을 드러낸다"고 진단했다. 해운ㆍ조선 시장조사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일본 업체들의 전세계 조선시장 점유율(선박 인도 기준)은 2001년 3ㆍ4분기 32%에서 2010년 3ㆍ4분기 18%로 급감했다. 반면 한국 업체들은 이 기간 34%의 점유율을 유지했다. 앞서 일본 정부와 재계는 주요20개국(G20) 서울 회의를 앞둔 지난해 10월에도 원화 공격에 일제히 나선 바 있다. 간 나오토 총리는 의회에서 우리나라와 중국의 환율정책에 대해 "한국과 중국이 책임 있는 행동을 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지어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은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당연히 통화절하 경쟁이 큰 문제가 될 것이며 한국은 의장국으로서 그 역할을 엄하게 추궁당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일본 재계는 한국 기업들이 인위적으로 낮아진 원화가치로 수출경쟁력을 갖춰 가뜩이나 엔고에 시름하는 자국 기업들을 더욱 힘겹게 만들고 있다며 정부에 대책마련을 요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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