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단축형 CB산업어디로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CB(Credit Bureau)사업자들이 태스크포스(TF)팀을 결성해 추진해온 `한국형 CB사업`의 기본 모델이 `벨기에식`으로 결정되는 등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CB사업이란 각 금융기관과 유통업체 등이 가지고 있는 개인신용정보를 한 곳에 모아 이 정보를 토대로 개인의 신용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사업을 말한다. CB사업자들은 이렇게 취합ㆍ가공한 개인 신용정보를 다시 관련 업계에 제공하는 `신용 인프라`로 기능하게 된다. 따라서 CB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자리를 잡느냐에 따라 앞으로 금융ㆍ유통ㆍ통신업 등 우리나라 내수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벨기에식`확정=CB사업은 그동안 추진 주체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 개인신용정보를 집중해야 하는 만큼 `공공성`이 요구될 뿐 아니라 일반 기업에 이 정보를 가공해 판다는 점에서 `상업성`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결국 TF팀은 `공공성`과 `상업성` 양쪽을 절충한 `벨기에식`으로 한국 CB사업의 추진 방향을 결정했다. 벨기에식은 개인신용정보를 공적기관에 집중하되 이 정보의 가공은 일반 CB사업자들이 하는 방식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은행연합회가 `공적기관`의 역할을, 한국신용정보나 한국신용평가정보 등 일반 신용정보업자들이 `CB사업자`의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곧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신용정보업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산업 전반에 파급효과= CB사업은 내수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일반인들의 모든 금융거래 정보와 쇼핑정보가 신용카드망이나 은행결제망을 통해 한 곳으로 모이면 CB회사들은 이를 토대로 고객들의 신용도와 돈 쓰는 행태를 분석해 회원사에 제공한다. 금융회사와 유통업체들은 CB회사가 제공한 정보를 이용해 고객들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 결국 그동안 고객들에 대한 정보가 적어 마케팅에 상대적 열세를 겪었던 중소형 금융회사들과 내수업체들은 판매전략을 수립하는 데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사업성은 미지수 = 그러나 CB사업이 제대로 정착될지는 불투명하다. 지난해 9월 국내 최초로 CB사업 진출을 선언했던 한신정과 한신평정 등의 신용평가회사들도 여전히 개인신용평가 정보를 유료화 하지 못한 채 회원사들에게 무료로 제공해주고 있다. 이들 양대 신용평가회사들은 각각 161개와 163개에 이르는 은행과, 백화점, 카드사, 대부업체 등의 개인신용정보를 모으고 있지만 여전히 유료화를 선언하기에는 정보의 질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들이 제공하는 신용평가자료는 고객의 현금흐름을 보여줄 수 있는 예금정보와 각종 우량 정보들이 빠져 있어 정확한 개인신용평가가 어렵다”며 “단지 참고자료로 사용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신용평가회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신정의 한 관계자는 “아직 신용평가 모델이 자리를 못잡아 영향력이 작을 뿐이며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CB사업이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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