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차] '변칙' 해결위해 또 '변칙' 동원

삼성자동차 처리를 둘러싸고 갖가지 난마(亂麻)들이 복잡하게 얽힌 채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들어 내놓는 삼성차 해법도 변칙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변칙을 동원하는 방식인 데다 문제의 근본을 풀기보다는 「봉합을 통한 시간벌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이 결과 경제논리에 따른 기업구조조정의 대원칙은 실종돼가고 있다.현재까지 삼성차와 관련, 정부는 이건희(李健熙)회장의 삼성생명주식출연으로 삼성차문제를 처리하는 동시에 삼성자동차는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대신 삼성생명을 상장시키는 방향으로 문제해결의 가닥을 잡았다. 이 방안은 삼성생명의 상장을 전제로 하고 있다. 당초 정부의 의도대로라면 삼성차처리와 생보사상장, 대우지원등 정부의 골치거리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의외의 변수가 불거져 나왔다. 부산공장 가동을 둘러싼 정치논리와 국민여론(상장에 대한 특혜논란). 여기서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고 정부는 변칙방안을 관철하기 위해 또 다른 변칙을 동원하고 있는 모습이다. 급기야 삼성이 내놓은 종전 해법과는 전혀 다른 「제3의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득세하고 있는 형국. ◇삼성차 부산공장의 정상화여부= 정부는 일단 부산공장은 채권단지원으로 조기 가동시킨다는 계획이다. 극도로 혼란스런 부산지역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포석이다. 삼성차 해법이 「정치논리」에 의해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부분중 하나. 삼성차문제는 기본적으로 「과잉설비 해소를 통한 국내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에 있는데, 공장을 계속가동할 경우 주인만 바뀐채 「구조조정의 원래취지」는 헛바퀴를 그릴 수 밖에 없는 상황. 정부는 장기적으로 삼성차의 법인(껍데기)은 청산하되, 공장은 3자 매각을 추진한다는 방침. 대우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해당사자인 대우와 채권단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우측은 『부산공장 인수가 삼성차를 재가동하는 조건이라면 이후 생산 및 판매로 인한 손실보상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조건부 인수」에 분명한 반대입장. 채권단도 마찬가지. 정상화를 위해선 운영자금 지원이 필요한데, 채권회수가 막연한 채권단이 선뜻 추가 자금을 대주기는 힘든 상황. ◇삼성생명의 상장여부= 이건희(李健熙)회장이 삼성차처리를 위해 삼성생명의 주식 400만주를 내놓겠다고 발표하고, 이후 정부가 삼성생명의 상장을 허용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삼성생명의 상장을 전제로 정부와 「빅딜」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특혜시비」까지 일고 있는 상황. 정부는 초기에는 「긍정검토」를 밝히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공청회 등 충분한 여론검증을 거쳐 검토하겠다』며 유보쪽으로 돌아섰다. 또다른 변칙이다. 이에따라 삼성생명 상장은 자산재평가에 따른 법인세 납부유예 최종시한인 2001년1월 이후에나 결정될 전망. 이헌재(李憲宰)금감위원장은 상황을 봐서 상장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었지만, 현재 생보사 상장은 사실상 전면유보된 상태다. ◇채권단의 채권회수 방법= 채권단은 정부와 삼성이 생명의 상장을 비롯한 채권회수 방법을 명확히 내놓지 않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 채권단은 막대한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선 일단 생명상장이 전제돼야만 한다. 그러나 정부가 생명의 상장에 대해 유보입장으로 돌아서면서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생명상장이 전제가 되지 않으면 삼성생명의 주가는 삼성측이 생명의 주식가치로 추산한 주당 70만원에 훨씬 밑돌고, 채권단은 차액만큼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채권단은 상장이 유보될 경우 삼성계열사들이 장외거래를 통해 400만주를 되사가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대해 『장외거래에서 차액이 생길 경우 다른 삼성계열사들이 손실을 보전해주면 된다』고 밝히고 있다. ◇「3각 해결법」이 나오지 않는다면= 정부와 여당에서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는 부분이 李회장이 삼성생명외에 다른 해결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 구체적으론 에버랜드 등 문제가 생길 여지가 없는 주식을 내놓으라는 것. 현재의 삼성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초적 해결법이기도 하다. 최근엔 李회장이 추가로 사재를 출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득세하고 있는 상황. 결국 현 상황에서는 삼성자동차의 처리를 둘러싼 돌출한 「빅3 딜레마」를 동시에 해결해주는 기상천외의 묘책이 나오지 않는 한 칭칭 얽힌 실타래가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김영기 기자 YG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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