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유출' 연구원 잇단 무죄판결 배임혐의 구속 금융기관 CEO 풀려나···무리한 인신구속 논란 이병관 기자 comeon@sed.co.kr 기술유출ㆍ배임 등 혐의로 검찰이 기소한 화이트칼라 사건들이 최근 잇달아 무죄 판결이 나거나 기약 없이 재판이 공전되면서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피의자는 대부분 기업인 및 금융업계 인사, 연구원들이어서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저해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반도체장비 관련 기술을 유출했다며 구속시킨 이앤에프테크놀로지 연구원들이 이달 초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들 연구원은 전 직장이었던 반도체장비업체 동진세미켐에서 중요한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구속돼 하급심에서 징역형을 받고 복역해왔다. 기술유출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모 대형로펌의 K변호사는 이와 관련, "휴대폰 반도체 같은 첨단기술 업체들이 실제로 기술유출이 아닌데도 연구원 전직을 막기 위해 무리한 고소를 남발, 수사기관의 공권력에 의존하는 사례가 적지않다"고 말했다. 얼마 전 A사가 자사에 있다가 휴대폰 제조업체인 B사로 옮겨간 연구원들을 기술유출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가 무혐의 처리된 것도 대표적인 사례라는 지적이다. 이에 앞서 검찰이 지난 2004년 TFT-LCD 차세대 칼라필터 기술을 유출했다며 구속시킨 C사 연구원들도 구속 만기(6개월)를 채우고 나왔지만 3년째 1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채 재판만 공전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범으로 몰린 Y모씨는 수천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썼지만 '재판 중'이란 이유로 직장도 얻지 못하고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형법상 '배임' 혐의도 검찰의 기소권이 남용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라는 지적이다. 배임죄는 '자신의 임무에 위배해 사익을 취하거나 제3자에게 이익을 준 경우'에 해당되는데 '임무에 위배'라는 해석 부분이 매우 애매해 검찰의 자의적 판단 개입 소지가 크다는 얘기다. 배임의 수사 타깃은 주로 기업 및 금융계 CEO, 고위 공직자가 되게 마련인데 기업투자 실패 등으로 손실이 나면 '투자 과정'에 관계없이 배임으로 몰릴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 수백억원의 대출을 해줬다 실패해 배임 혐의로 구속된 모 금융기관 CEO는 지루한 법정 투쟁 끝에 올 초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얼마 전 러시아 유전투자 과정에서 배임 혐의로 구속됐던 김세호 전 철도청장도 투자실패(?)라는 여론에 밀려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 결론을 내버린 대표적 케이스라는 지적이다. 철도청의 유전투자를 자문했던 모 변호사는 "검찰이 김 전 청장을 배임 혐의로 구속하면서 제3자인 러시아에게 이득을 주기 위해 유전투자를 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배임 혐의로 몰고 가기 위한 난센스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고도의 금융기법 및 노하우가 필요한 금융 브로커 업무를 이들이 받는 수수료가 과다하다고 무조건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하는 것도 선진 금융시장을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자문 전문인 최진숙 변호사는 "금융기관들이 자산담보부증권(ABS) 등 구조화금융(Structured Finance) 업무를 할 때 리스크 헤지를 위해 금융 부티크 업체를 활용한다"며 "이들 부티크 업체를 로비 및 뇌물 브로커와 똑같은 시각으로 보아선 안된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6/08/04 1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