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라인 게임이 시장에도 나오기 전에 해외로 수출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게임 개발단계에서 미리 수출되는 이 같은 추세는 내수부진과 글로벌 업체들의 압박을 동시에 뛰어넘을 수 있는 사업전략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인터넷, 한빛소프트, JCE 등 국내 온라인 게임업체들은 국내 시장에는 아직 내놓지 않은 게임을 해외로 먼저 수출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오는 25일 최종 테스트를 앞둔 CJ인터넷의 ‘프리우스 온라인’은 지난 달 일본 업체와 전세계 판권 계약을 마쳤으며, 한빛소프트의 ‘그루브파티’도 정식 서비스 이전인 지난 1월 대만으로 수출됐다. 이 밖에 JCE의 ‘프리스타일2nd스트리트’, 엠게임의 ‘열혈강호2’ 등도 국내에 앞서 중국, 대만, 태국 등지로 진출했다. 엔씨소프트는 아예 신작 ‘아이온’ 이후 대작 게임은 모두 국ㆍ내외 시장에 동시 출시하겠다는 ‘글로벌 론칭’ 전략을 선언했다. 이 같은 선(先) 수출 및 국ㆍ내외 동시 출시 트렌드는 국내서 게임을 검증 받은 후 해외 시장 진출을 타진했던 지금까지의 수순을 거스른 것으로, 국내의 협소한 시장 조건과 글로벌 업체들의 공략에 맞서기 위한 한국 온라인 게임업계의 생존 전략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게임산업은 예전과 달리 개발단계에서 글로벌 시장을 함께 겨냥하는 전략으로 가지 않으면 죽을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변모했다”고 진단했다. 업계도 한국 게임산업이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결국 선 수출 및 글로벌 시장 동시 공략 전략 밖에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이승원 CJ인터넷 이사는 “이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까지 마주해야 하는 만큼 최근의 온라인 게임 산업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해외 진출을 고려한 개발과 전략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퍼블리셔들이 신규 게임을 확보하는 전략이 달라졌단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보태고 있다. 과거와 달리 각 장르별 게임이 특화되면서 색다른 콘텐츠를 생산하기는 더욱 어려워졌고 그 만큼 좋은 게임의 단가는 올라갔다. 이에 따라 글로벌 퍼블리셔들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가능성 있는 게임을 미리 발굴해 개발단계에서 사들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체 위기에 몰린 한국 온라인 게임업계가 각종 악재 속에서도 이런 전략을 택할 수 있는 것은 지난 10여년간 한국 온라인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서 게임성과 대중성을 검증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 개발단계에서 미리 수출된 게임은 상당수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던 게임들의 후속작이거나 이미 해외진출에 성공한 업체들의 신작이 대부분이다. 위정현 교수는 “이 같은 수출 사례는 국내 온라인 산업에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대응을 잘못하면 독이 될 수 있다”며 “국내 업체들은 계약금만 받으면 사후 서비스에 신경을 안 쓰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자칫 글로벌 퍼블리셔들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