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을 위한 CEO 특강] “전문성ㆍ인문학적 소양 높여 성장성 큰 금융업에 도전하라.”
예금만으로는 노후대비 불가능, 저축ㆍ투자 균형 필요 유럽 재정위기ㆍ한국 가계부채 문제는 불균형 때문
입력 2011.05.27 19:05:57수정
2011.05.27 19:05:57
“대학생들이 전문성ㆍ인문학적 소양ㆍ윤리의식 높여 성장성이 큰 금융업에 도전해야 합니다.”
최방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이사는 27일 경희대에서 가진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생을 위한 CEO 초청 특강에서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학생들의 적극적인 금융업 진출은 긍정적이다”며 대학생들이 금융업, 특히 자본시장에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금융업에 도전하는 대학생들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는 ▦전문성 ▦윤리의식 ▦인문학적 소양을 들었다. 최 대표이사는“1995년 닉 리슨의 선물거래 손실로 오랜 역사의 베어링 증권이 단 1파운드에 ING에 매각됐다”며 “전문성, 인문학적 소양, 윤리의식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이사는 금융업계에 34년 이상 종사하며 은행, 유관기관, 자산운용회사를 두루 거친 ‘한국 금융업 발전의 산 증인’이다. 그가 2시간 가까이 진행한 강연에는 국내외를 아우르는 넓은 시각, 과거에 위기를 직접 겪으며 체득한 교훈, 대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자산관리에 있어 저축과 투자의 균형이 필요=최 대표이사는 저축과 투자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우선 미국과 한국의 가계 금융자산 비중을 비교하며 “우리나라는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에 치중해있고 금융자산내에서도 현금ㆍ예금 비중이 높지만 미국은 적극적인 투자문화로 금융투자상품의 비중이 높고 고위험고수익 상품을 선호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이사는 이어 한국의 금융자산에서 금융투자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34.0%까지 올랐던 2007년을 제외하고는 통상 20%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하며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저축과 투자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경우 은행 예금만으로는 노후를 대비하기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최 대표이사는 투자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본인의 재무상황과 투자성향을 파악하고 적절한 위험을 감내하면서 수익을 높일 수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며 “장기투자, 분산투자, 적립식 투자를 통해 위험을 줄이면서 관리하면 자산증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대표이사는 자산운용회사의 수장답게 펀드의 장점을 역설했다. 그는 “전문가에게 자산을 맡기는 펀드투자는 선진국에서 일반적이지만 우리나라는 GDP 대비 펀드시장의 규모가 46개국 중 약 18위에 그칠 정도로 많지 않다”며 “저축과 투자가 적절한 균형을 찾아가면 펀드와 같은 자산운용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시장의 균형은 위기에서 기회를 찾는 요인=자산관리에서 ‘균형’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 최 대표이사는 이어 금융시장에 대한 설명으로 강연을 이어갔다. 다소 딱딱해지기 쉬운 금융시장 관련 강연을 시작하기 전 그는 전날 코스피지수, 금리, 환율에 대한 퀴즈를 통해 강연을 경청하는 대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유머감각을 보이기도 했다.
최 대표이사는 주가의 움직임에 대해 ‘저평가와 고평가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으로 정의했다. 그는 “주가는 기업의 이익과 성장성 등 펀더멘털을 반영하고 수급에 따라 저평가와 고평가 사이에서 변화한다”며 “주가는 실물경제와도 상호작용을 통해 움직인다”고 말했다.
금리와 환율의 움직임도 ‘균형’이라는 단어로 설명했다. 최 대표이사는 “금리가 올라가면 경기가 둔화되기 때문에 한국은행은 항상 양자 사이에서 저울질하게 된다”며 “금융위기 과정에서는 전 세계 중앙은행이 공조 체제를 구축해 다 같이 금리를 내리고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같이 위기를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환율은 수출과 수입 사이의 균형점을 잡는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유가에 대해서는 “이중적 관점을 균형 있게 갖고 방향을 해석해야 한다”며 “고유가는 경기에 부담을 주는 동시에 경기 회복의 신호로도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이사는 이어 “주식, 채권, 환율, 유가의 공통점은 국내 요인 외에 글로벌 시장의 영향을 참 많이 받는 다”며 “펀더멘털이 계속 성장해 간다면 시장은 결국 펀더멘털을 반영해 균형을 찾아 상승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유럽 재정위기, 한국 가계부채는 균형 상실 때문=최 대표이사는 유럽 재정위기의 근인을 ‘국가차원에서의 균형 상실’로 해석했다. 그는 “독일, 프랑스 등 탄탄한 제조업을 보유한 중심국가와 그리스, 포르투갈 등 관광ㆍ1차 산업 중심의 주변국가 사이에 펀더멘털 차이가 확대되고 있다”며 “그리스의 경우 공공부문의 비대화, 30%를 넘는 공무원 임금 인상률,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개최를 위한 무리한 재정지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우려가 계속되는 것은 ‘유럽 경제의 균형 상실’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유럽 국가들은 순환대출과 교차투자를 통해 얽혀있다”며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유럽 경제의 균형 상실은 전 세계 경제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분석을 제시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금융기관 가계대출 752조원 중 55%인 416조가 주택관련 대출인데 이는 결국 집 값 상승에 기대해 무분별한 대출을 받은 ‘불균형’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최 대표이사는 “경제활동이 가장 왕성한 30~40대에 하우스 푸어 비중이 가장 높고 이중 40%가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볼 수 있다”며 “과도한 부채 증가는 개인과 가계의 균형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균형도 위협하기 때문에 소득과 지출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금융회사들도 위기 속에서 기회 찾아야=최 대표이사의 ‘균형론’은 금융회사들의 위기 대응에도 적용됐다. 그는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도 새로운 시장의 균형을 예측하려는 관점은 존재한다”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회사 전문가 시각 ▦국내외 증권사와 연구소의 시각 ▦신한금융지주 네트워크 ▦BNP파리바 글로벌 네트워크 등 4단계 네트워크를 활용해 균형을 이루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이어 “IMF구제금융이 이어지며 우리나라 5대 시중은행이 합병됐고 2003년 카드사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에 따라 큰 기업들의 흥망이 좌우됐다”며 “시장 충격에 어떻게 대응하느냐, 좋은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있는가에 따라 금융회사의 운명이 좌우된다”고 강조했다.
◇직업에 관계없이 금융에 대한 이해는 필수= 최 부회장은 ‘경희대학교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통해 “금융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는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1960년 52.4세에서 2007년 기준 79.4세로 증가하며 OECD 평균을 상회한다”며 “전문가의 도움과 금융지식을 바탕으로 재무 설계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난 것이 하나의 리스크가 됐기 때문에 노후준비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외국어(영어)도 필수 요소로 꼽았다. 여러 국가의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교류할 수 있는 능력이 현대 사회에서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 대표이사는“영어 발음 보다는 내용, 논리, 요점이 중요하다”며 “자칫 한국 문화에만 익숙하면 외국인들과 함께 일하는 데 불편한 점이 있기 때문에 정보공유, 결론부터 말하기 등 글로벌 스타일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