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언 혼선… 법인세 인하의지 있나] 법인세 내려도 기업부담 안줄어

참여 정부 당면 현안은 북핵 문제다. 그러나 기업인들은 정부의 법인세 인하 여부에 관심이 더 높다. 세계화 개방화 시대에 세금을 한 푼이라도 덜 내면 그만큼 수출경쟁력은 물론 기업 경쟁력, 브랜드 가치를 더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법인세 인하 얘기를 종합해보면 노무현 정부가 법인세를 내리더라도 기업들이 부담하는 세금은 이전과 크게 달라질 게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 인하, 왜 나왔나 = 법인세 인하에 대한 얘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정권에서도 외국인투자나 경제특구, 기업규제완화가 거론될 때마다 나온 단골 메뉴였다.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경제특구가 성공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법인세 인하를 거론한 적이 있다. 그러나 새 정부가 출범한 직후 논란의 불씨를 처음 지핀 곳은 경제부처 사령탑인 재정경제부다. 김진표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3일 첫 경제장관간담회를 주재하면서 “과세기반을 확충하고 이를 토대로 법인세율등의 단계적 인하 방안을 마련해 사전에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3일 아침 한 방송 인터뷰에서도 법인세를 인하하겠다는 말해 법인세 인하가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5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법인세 인하에 반대하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거듭 강조함으로써 법인세 인하 문제에 의구심이 높아졌다. ◇새 정부가 노리는 것은 = 김 부총리가 법인세율 인하를 거론한 것은 넓게 보면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 프로젝트의 성공을 염두에 둔 것으로 파악된다. 외국 기업과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업계의 불만을 가라앉히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 투자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세제전문가인 김 부총리가 노 대통령의 공약을 뻔히 알면서도 법인세 인하 얘기를 꺼낸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기업들이 혜택을 받고 있는 감면과 각종 비과세를 축소하고 음성 탈루 소득을 양성화하면 그만큼 세율을 낮출 수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재경부도 5일 해명자료를 통해 이 같은 김 부총리의 입장을 뒷받침했다. ◇기업 부담 줄지 않을 듯 = 결국 새 정부는 기업들이 환영할만한 법인세 인하를 이슈화함으로써 투자활성화를 유도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실질적인 효과보다는 심리적인 효과를 겨냥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도 이런 분석에 대해서는 전혀 부인하지 않는 입장이다. 송경희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법인세를 몇 %포인트 낮출 것이란 보도에 대해서는 정정보도요청을 할 계획”이라고 응수했다. 법인세 인하에 대해 반대입장이 아니다. 이런저런 분위기를 고려하면 어쨌든 법인세는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기업들의 부담은 줄어들 것 같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법인세 감면액은 4조5,000억원 규모다. 감면을 전부 줄인다면 법인세율은 지금(27%)보다 5%포인트이상 낮춰질 수 있다. 그러나 기업입장에서는 똑 같은 돈이니까 이로울 게 없다. 한 쪽에서 줄어든 만큼 다른 쪽에서 더 내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금을 줄이기 위해 숨겨둔 세원까지 노출될 경우 부담이 오히려 더 커진다. ◇중장기 방향은 인하 = 그럼에도 중장기적인 법인세 인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법인세 인하 반대 입장은 `세금 인하로 인해 대기업(부자)들만 혜택을 보고 중소기업(약자)들이 상대적인 손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폐단을 피할 수 있다면 세금을 낮추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세원을 넓히되 세율을 낮추는 세제개편의 중장기 방향과 다를 것도 없다.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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