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속담이 있다. 빚 무서운 줄 모르고 마구 써대는 소비습관을 경고하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금융기관들이 기업을 평가할 때 가장 주목하는 부문이 부채비율이다. 실제 IMF 구제금융 시절에 많은 기업들이 망한 주된 이유는 과중한 부채 때문이었다.
국가채무도 다를 바 없다. 채무가 과중해서 재정이 파탄나면 국민들은 거지꼴이 되기 십상이다. 극단적인 경우 남의 나라와 경제적 종속관계에 놓일 수도 있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보고서에 의하면 올해 말 국가채무 전망치를 지난해 말보다 약 23% 늘어난 203조원 정도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26.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수준dls 78.2%보다 매우 낮아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걱정스러운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국민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우리로서는 OECD와 단순비교하기에 무리가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국가채무의 증가속도가 너무 빠르다. DJ정부 출범시 60조원이던 것이 불과 7년새 3배 이상 늘어나 203조원이 됐으니 이런 속도가 경기침체에서 지속되면 10년 이내에 OECD 수준을 넘을 수도 있다.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국가채무로 해결해야 하는 현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적자금과 관련된 국가채무 증가, 국민연금 등 4대 연금의 자금부족 문제 해결, 고령화시대와 출산장려정책에 따른 세출증대 등은 고스란히 국가가 빚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더구나 수도이전이나 자주국방, 미군기지 이전 등 굵직굵직한 국책사업들이 대책 없이 추진되고 있으니 장차 무슨 돈으로 감당하겠다는 것인지, 결국 빚을 내겠다는 심산이 아니겠는가.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게 재정건전성이 요구되는 부문은 언젠가 다가올 통일시대에 대한 대비다. 독일이 통독 이후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를 지면서 옛 동독 지역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수 있었던 것은 통일을 대비해 재정을 건전하게 운영해왔기 때문이다. 그런 독일도 지금은 유럽연합(EU)이 요구하는 GDP 대비 국가채무 60% 미만 규정을 지키기 어려운 사정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한다.
유비무환이라고 했다. ‘건강도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말처럼 국가재정도 여유 있을 때 건전하게 운용해야 한다. 불요불급한 재정지출을 줄이고 알뜰 살림을 해야 하는 것은 가정이나 기업이나 정부나 마찬가지다.
/심재엽 한나라당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