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과 디지털대학

디지털대학에는 설 명절도 없다. 이렇게 말하면 그게 무슨 소린가 하고 의아해 할 것이다. 인터넷이니 디지털이니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이라더니 역시나 조상도 모르고 예의범절도 모르는 사람들이군 하고 지레 짐작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뜻이 아니라 디지털대학은 설 명절이라 하여도 학교가 쉬지 않는다는 얘기다. 물론 오프라인에서야 교수님들이나 교직원들 모두다 고향에 가기도 하고 명절을 즐긴다. 학생들도 물론 다들 고향에 갈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 상으로는 설 명절에도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들도 있고 상담하는 선생님들도 여전히 열심히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고향에 간다고 하더라도 인터넷을 통해 어디서든 상담도 가능하고 학교에 등교도 가능하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인터넷의 특성상 설 명절이라 하더라도 학교가 쉬지 않아도 되고 쉴 수도 없다. 그런 점에서 디지털대학에는 설 명절이 없다. 실제로 이번 설날에도 서울디지털대학의 게시판에는 고향에 간 학생들과 교수님들 그리고 교직원들간에 서로간에 인사를 주고받는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 또한 같은 지역에 사는 동급생을 찾는 글들도 많이 보인다. 고향에 온김에 얼굴이나 한번 보자고…. 이번에 신입생으로 합격하고 설 명절이라 시댁에 간 어느 새댁은 음식을 장만하다가도 수시로 우리학교 게시판에 들어와 누가 게시판에 있는지 확인하곤 한다며 너무 재미있다는 글을 남겨놓았다. 또 고향에 간김에 서울디지털대학에 합격한 사실을 부모님께 확인해 드려야 하는데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며 어떻게 된 거냐는 문의를 하기도 한다. 우리학교는 사이트에 들어와 수험번호를 집어넣으면 합격했을 경우 축하노래와 함께 장미꽃 한다발이 뜨게 된다. 이것을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잘 안 되었는가 보다. 이처럼 디지털대학은 각각의 사연과 하고싶은 얘기 축하인사 그리고 문의 사항들이 설 명절이라 하여도 조금도 줄지 않고 온라인 상에서 그 열기를 유지하고 있다. 휴일이나 명절이 되면 학교가 적막강산이 돼 버리는 오프라인 대학과는 달리 시공을 초월하는 디지털대학은 학교의 커뮤니티가 여전히 그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고향에 가서도 여전히 사이트에 들어와 학생들의 문의에 답해야 하는 교직원들이나 교수님들의 고충이 작지는 않지만…. <노재봉(서울디지털대 총장)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